대기업 회장의 ‘갑질’이 또다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마치 잊힐 만하면 도지는 고질병과도 같다.
경찰은 ‘미스터피자’ 브랜드로 유명한 엠피케이(MPK)그룹 정우현 회장에게 경비원 폭행 혐의로 7일까지 경찰서 출석을 요구했다고 4일 밝혔다. 정 회장은 2일 밤 10시30분께 회사 프랜차이즈 식당이 입주해 있는 건물에서 나오려다 정문이 닫힌 것을 보고 경비원을 식당으로 불렀다고 한다. 정 회장은 “내가 건물 안에 있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고 문을 닫았다”고 욕을 하면서 경비원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한다. 이 건물은 그동안 밤 10시가 넘으면 정문은 닫고 남아 있는 직원들을 위해 후문을 열어놓았다고 한다.
정 회장 쪽은 처음에는 언론에 “당시 언쟁이 있었고 홧김에 (정 회장이) 손을 올렸지만 주위에서 말려 멱살잡이로 끝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조사한 결과, 정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폭행에 이어 거짓말까지 드러난 것이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이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 분노를 샀다. 이 부회장은 운전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석에서 해고했고, 이런 식으로 쫓겨난 기사들이 지난해에만 4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이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저의 잘못된 행동이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또 지난 연말에는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이 직원들을 수시로 때리고 욕설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김 명예회장도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피해 당사자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 횡포’ 등 부지기수다.
이쯤 되면 타산지석으로 삼아 조심하고 경계하는 게 순리일 텐데, 도무지 그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사과하면 대충 넘어가 주는 온정적인 사회 분위기 탓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사법 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정 회장의 폭행 혐의를 적당하게 흐지부지 다뤄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