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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박 대통령의 ‘공천 학살’

등록 :2016-03-16 19:20수정 :2016-03-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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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15일 밤 비박계 의원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킨 건 우리 정당사 최악의 장면 중 하나로 기록될 만하다. 과거에도 공천 갈등이 불거지고 청와대 개입이 논란된 적이 있지만, ‘대통령 눈 밖에 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현역 의원들을 무더기로 공천에서 배제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최대 표적인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미 나온 결과만으로 새누리당은 공당이 아니라 ‘박근혜 한 사람의 사당’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야당 분열로 여당이 어부지리를 얻는 형국이라 해도, 이런 식의 공천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새누리당의 오만과 배짱이 놀랍다.

15일 밤 공천 탈락한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국민과 당원에게 잘못한 것은 없고 오직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에게 소신있게 맞서다 ‘배신자’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다. 서울 용산에서 탈락한 3선의 진영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기초연금 공약 후퇴에 반대해서 사표를 던졌다가 박 대통령의 미움을 샀다. 대통령에게 선거 공약을 지키라고 충언하는 게 어떻게 ‘공천 탈락’의 이유가 될 수 있는가. 재선의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지난해 ‘유승민 원내대표 파동’ 때 원내부대표로서 유승민 의원과 함께 행동했다는 게 공천 배제의 이유일 것이다. 참으로 치졸한 정치 보복이다.

반면에 서울 마포갑에선 친이명박계인 강승규 전 의원을 배제하고, 현 정부에서 국무총리 지명을 받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을 단수 후보로 확정했다. 여론조사로는 승산이 없으니 아예 경쟁력 있는 비박 인사를 컷아웃 시켜버린 것이다.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조차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진박’(진실한 친박)을 뽑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정당을 과연 ‘민주 정당’이라 부를 수 있는가. 이 당의 유일한 원칙과 기준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다. 이걸 군말 없이 집행하는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는 말 그대로 여왕의 시종일 뿐 정당의 공식 기구라고 할 수조차 없다.

비박 의원들을 잘라내는 와중에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을 끼워넣기식으로 함께 쳐낸 것도 가증스럽다. 김무성 대표에게 막말을 퍼부은 윤 의원은 아예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정상적인 당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공천 탈락시키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비박 의원들을 ‘학살’하면서 윤상현 한 사람을 슬그머니 끼워넣어 마치 비박-친박을 동시에 쳐내는 듯한 시늉을 했다. 당원과 국민을 허수아비로 보는 오만한 행동의 극치일 뿐이다.

집권여당이 이렇게 망가진 데엔 김무성 대표의 책임이 크다. 김 대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며 100% 완전 경선을 약속했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대립할 때, 이 약속을 믿고 원칙에 따라 김 대표에게 힘을 모아줬던 의원 대다수가 이번에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김 대표는 지금 어떤가. 자신의 최측근 몇 명이 공천에서 살아났다고 해서 조용히 입 다물고 있을 셈인가. 대통령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피의 학살’을 방관한다면 앞으로 누가 김 대표를 대통령 후보감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라면 잘못된 공천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국민이 바로잡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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