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불응하면 그만
사실상 자산회수 불가능

정부가 북한의 남측 자산 청산 선언에 대해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비롯한 모든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북한이 불응하면 효력이 없어 사실상 자산 회수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근본적 원인이 북핵 문제에 있는 만큼 국제사회와 협력해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남북관계의 ‘강(强) 대 강(强)’ 구도도 장기적으로 흐를 전망이다.

11일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북한에 대해 재산권 회복을 요구하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ICJ 제소도 우리의 대응 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만간 외교부와 통일부를 중심으로 ICJ 제소를 위한 법적 절차를 검토하는 한편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남측 자산 청산 조치를 강력하게 비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자산 회수 가능성과 현실성을 떠나 모든 대응 조치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북한이 전날 일방적으로 선언한 남측 자산 동결·몰수·청산 등은 모두 비엔나 협약 등 국제법상 근거가 없지만 이 같은 행위를 처벌할 강제적인 규정도 없다. 투자보장 조약을 근거로 국제중재기관에 제소하는 방법이 있지만 남북 간에는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 ICJ 제소도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의 남측 자산을 몰수해 중국인 관광객 숙박시설로 썼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북한 내에 있는 남측 자산은 △개성공단 9249억 원 △금강산관광지구 4198억 원 △기타 경협기업 투자액 840억 원 등 총 1조4287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북한의 남측 자산 청산 선언이 나오자마자 즉각적인 반박과 규탄에 나섰다. 통일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도발적 행위로 일방적인 주장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한다”고 밝혔다.

이제교·유현진 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