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1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그의 부인 유순택 여사를 만났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제공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자신의 환영 성명에 대해 사람들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11일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89)와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정대협이 전했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서 나오는 작은 합의들이라 할지라도 유엔은 이를 환영하고 장려하며 이 때 쓰는 용어 차원에서 자신의 환영 성명을 이해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대협은 “반 총장이 이 합의가 충실히 이행되고 유엔 헌장에 입각한 인권 존중 차원에서 잘 이행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되기에는 피해자들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피해자들이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평가한 것이라 언급했다”고 전했다.
유엔 사무총장실은 별도의 발표문을 통해 반 총장이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인권의 원칙 하에 충실히 이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발표문에서 반 총장은 “나는 길원옥 할머니와 다른 분들이 겪었던 고통에 공감한다.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시 한 번 모든 당사자들이 인권의 원칙, 피해자 중심 원칙 하에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난 해 12월28일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 발표 직후 이 합의를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유엔 최고 인권대표가 잇달아 이 합의가 인권의 원칙과 피해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으로 올바른 합의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유엔 내에서 반 총장만 이 합의를 환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반 총장의 이날 입장 표명은 위안부 합의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원국 정부들 사이에 합의한 것이니 부정하기보다 그 정신을 살려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대협은 반 총장의 환영 성명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지난 1월 6일 반 총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합의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피해자들 뜻이 실현되는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반 총장은 2월 29일 유엔 사무총장 비서실장 명의로 보낸 답변에서 유엔과 반 총장이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노력해 왔으며 반 총장의 환영 성명은 한·일 간 합의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온 중요한 걸음이자 양국 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길 할머니와 반 총장의 면담에 배석한 이반 시모노비치 유엔 인권담당 사무차장보는 불행히도 피해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운 결과가 거의 없고 항상 늦게 해결책이 찾아온다며, 한·일 합의에서 피해자와 관련 시민사회가 배제된 것은 크나큰 실수라고 말했다고 정대협은 전했다.
그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고 권고한 데 대해 적극 지지하며, 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번 합의는 상당히 포괄적이고 상세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피해자와 인권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방법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합의는 피해당사자가 아닌 정부 간 합의로 피해자의 권리는 국제법상 보장받는 권리라고 강조하며 일본 정부가 여성차별철폐협약 당사국으로서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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