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특별조처 연속 취할 것”
개성공단자산 몰수 수순인 듯
청산협의 명분 타협 모색 가능성도
무효 대상 ‘모든 합의’로 확대 안해
관계 변화 고려한 출구전략일 수도
개성공단자산 몰수 수순인 듯
청산협의 명분 타협 모색 가능성도
무효 대상 ‘모든 합의’로 확대 안해
관계 변화 고려한 출구전략일 수도
북쪽은 10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괴뢰패당이 일방적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업지구 가동을 전면 중단한 것만큼 우리는 우리(북) 측 지역에 있는 남측 기업들과 관계 기관들의 모든 자산을 완전히 청산해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북남 사이 채택 발표된 경제협력 및 교류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들을 무효로 선포”하고 “치명적인 정치, 군사, 경제적 타격을 가하여…계획된 특별조치들이 연속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패당의 어리석은 ‘제재’ 놀음은 자멸을 더욱 재촉하게 될 뿐이다”라는 제목의 이 담화는 8일 발표된 남쪽 정부의 대북 제재 조처에 대한 맞대응이다.
북쪽의 대남 조처는 경제협력·교류사업 관련 모든 남북 합의 무효화, 북쪽의 남쪽 자산 청산, ‘계획된 특별조처’의 추가 시행 등 세가지다. 개성공단마저 폐쇄된 상황에서, 이런 조처의 실효성과 파괴력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 금강산지구 남쪽 자산이 2010년부터 동결·몰수 상태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특히 문제가 되는 대상은 개성공단 남쪽 자산의 향배다. 북쪽은 남쪽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처 다음날인 2월11일 개성공단 남쪽 자산을 ‘동결’한다고 밝혔고, 금강산관광 지역 남쪽 자산은 민간은 ‘동결’, 정부와 공공기업은 ‘몰수’ 상태다.
북쪽이 앞으로 취할 조처를 가늠하자면 ‘청산’의 뜻이 중요하다. 두 갈래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개성공업지구법과 ‘외국인투자기업파산법’ 등 북쪽 법률을 바탕으로 보면 ‘청산’은 “채권채무관계의 정리”를 뜻한다. 그러자면 남과 북의 추가 협의가 있어야 한다. 북쪽이 최종적으로 ‘몰수’를 염두에 두고 ‘동결’(2월11일)→‘청산’(3월10일) 등 단계적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모든 것이 끊긴 현재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청산’은 법적 개념이라기보다 ‘이제 남쪽 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하겠다’는 선언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선언한 ‘자산 완전 청산’은 곧 몰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절대로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며,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 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북쪽이 당장 개성공단 남쪽 기업의 시설을 뜯어내 팔아먹거나 마음대로 쓰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상대적으로 많다. “계획된 특별조치들이 연속 취해지게 될 것”이라는 문구를 볼 때, 개성공단 남쪽 자산 ‘청산’과 관련해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등 북쪽의 관련 기관들이 연쇄적으로 후속 조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북쪽은 금강산관광지역 남쪽 자산 동결·몰수에 앞서 기한을 정해 남쪽 사업자의 방북을 압박했는데, 이번에도 ‘청산’ 절차 협의를 명분으로 공단 입주기업 대표의 방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청산’ 절차를 매개로 남쪽 정부와 민간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정치적 의도와 함께, 개성공단 관련 추가 협의의 여지를 살피려는 포석일 수 있다.
북쪽이 “경제협력과 교류사업 관련 모든 합의”라고 무효화 대상을 특정한 대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개성공단 남쪽 자산 처분의 법적 근거 확보 차원일 수 있다. 금강산관광이 북쪽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가 현대아산에 ‘50년 독점 사업권’을 보장한 민간사업이라면, 개성공단은 애초 북쪽 아태위와 현대아산의 합의로 시작됐지만 곧바로 남북 당국 주도 사업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북쪽이 남북 사이 모든 합의 무효화를 선언하지 않은 걸, 남북관계 변화를 염두에 둔 ‘나름의 출구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훈 김진철 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