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뉴스룸 1부에서 중국산 다진마늘의 문제점을 보도해드렸는데요. 지금부터는 중국산 농업 폐기물이 어떻게 다진 마늘로 포장돼 국내로 들어오는지를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중국에서는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로 처리하던 건데 우리나라 몇몇 업체들이 수입해 버젓이 식용으로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 현지를 심수미 기자가 직접 취재했습니다.
[기자]
중국 최대 마늘 산지인 산둥성 창산입니다.
길가에 버려진 마늘더미를 한 농민이 다듬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썩어 있고, 손으로 쥐면 누른 자리가 쑥 들어갈 만큼 무른 것도 꽤 많습니다.
정상적인 마늘에는 없는 두꺼운 심도 보입니다.
중국에서 식자재로 쓰이는 마늘순을 기르고 남은 뿌리입니다.
식자재로 가치가 없고, 사료용으로도 쓰지 않아 전량 폐기처분 돼 왔습니다.
[중국인 수출업자 (통역) : 중국 사람들은 그거 다 버려요. 마늘 향이 안 나니까 못 먹는 거잖아.]
[중국인 수출업자 (통역) : '농업쓰레기'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마을에서는 쓰레기통으로 가던 이 마늘뿌리를 5~6년 전부터 다듬어 팔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식자재로 수입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중국인 수출업자 (통역) : 중국에서는 짐승도 안 먹는 거 한국에서는 고급 반찬으로 나간다고 이게.]
대량으로 쉽게 껍질을 벗기기 위해 회전모터를 돌리자 금세 흙탕물 범벅이 됩니다.
마늘뿌리가 담겨져있는 용기나 처리시설 모두 마치 쓰레기처리장 같은 느낌입니다.
[한국인 수입업자 : 이렇게 하면 세척도 되면서 마늘 껍질도 자동으로 까지는 거지.]
이 마늘뿌리를 사들인다는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저녁 6시부터 밤늦게까지 각 농가에서 온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설비라고는 커다란 수조와 수도꼭지 뿐입니다.
물에 담가 한번 더 진흙 등을 씻어내는 겁니다.
[한국인 수입업자 : 여기서 한 번 더 씻는다잖아요. 일단 깨끗이 할 수 있지만 (물을 빨아들이게 해서) 중량을 늘릴 수 있다는 거죠.]
물을 많이 먹인다고 해서 현지에서는 이 마늘뿌리를 '물마늘'이라도 부릅니다.
이 업체 한 곳에서 하루에 다진마늘을 만드는 칭타오의 가공 공장으로 나가는 물량은 약 25톤입니다.
창산에는 이런 업체가 두 곳 더 있습니다.
한 곳은 만 5000톤, 나머지 두 곳이 각각 7000~8000톤씩 지난해 모두 3만톤의 마늘뿌리가 다진마늘 가공 원료로 팔려나갔습니다.
[중국인 수출업자 (통역) : (마늘) 냉동한 것은 다 이걸로 한다네요. 지금 거의 (다진 마늘 가공 공장의) 80%까지 납품을 하고 있다는데요.]
이처럼 농업폐기물인 마늘뿌리가 식용 다진마늘로 둔갑해 향하는 곳은 모두 한국입니다.
[중국 농민 (통역) : 한국이 수입하는 것만 알지 누구도 모른대요. 이게 어디 가서 어디로 팔리는지.]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입니다.
최근 마늘뿌리 값은 1톤에 약 3000위안, 우리돈 약 55만원입니다.
정상적인 마늘이 1톤에 1만 위안 이상, 우리돈 18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것에 비하면 3분의 1도 안됩니다.
통마늘보다도 다진 마늘이 훨씬 싼 겁니다.
이처럼 폐기물 다진마늘을 수입하는 한국 업체가 점차 늘다보니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5~6년 전만 해도 정상 마늘의 10분의 1 가격이었는데 두세배 이상 값이 뛴 겁니다.
[한국인 수입업자 : 쓰레기가 아니라 이제 파는 것이 되니까 값이 올라간다니까요.]
중국의 정상적인 마늘 생산업자들은 이 마늘뿌리 때문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원래 거래하던 한국의 수입업자들이 모두 이 마늘뿌리로 만든 다진마늘을 사간다는 겁니다.
[중국인 수출업자 (통역) : 한국 주문은 다 이거(마늘뿌리)로 들어가니까, 수출입 회사인데 모든 허가를 다 받아놓고 (중국) 내수만 하고 있으니까 속상하죠.]
중국에서는 이 마늘뿌리를 식용으로 쓸 수 없다는 게 현지 업자의 말입니다.
[중국인 수출업자 (통역) : 중국에서는 불법이래요. 그런 걸 위주로 (가공품이) 나가면 한순간 (사업이) 죽을 수도 있답니다.]
중국인 마늘 생산자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중국인 수출업자 (통역) : 중국 사람들이 봐도 저건 사람 먹으면 안 되는 건데 왜 만드는지 안타깝대요, 솔직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