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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괴담은 국정원의 흑역사 탓도 있다

테러방지법 괴담은 국정원의 흑역사 탓도 있다

Updated 2016-03-0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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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이종걸 원내대표를 마지막으로 필리버스터를 끝내면서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마침내 통과했다. 2001년 미국의 9·11테러를 계기로 처음 법안이 제출된 이후 15년 만에 입법이 성사된 것이다. 남북의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북한의 테러위협은 물론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국제테러조직의 테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필리버스터에 나선 야당 의원들은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가정보원이 초법적 권한을 가져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금융계좌까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정원의 자의적 판단으로 개인의 사상, 정치적 견해, 병원기록, 성생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참여연대 등 일부 진보 좌파단체들도 국정원이 온 국민의 통신·계좌 정보를 볼 수 있게 돼 사실상 사생활이 사라지게 된다고 가세했다. 이들은 국정원이 필요하면 무제한 현장조사 문서열람 시료채취를 하거나 자료제출, 진술을 요구할 수 있고 추적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 같은 괴담 수준으로 테러방지법을 공격하는 것은 잘못이다.

 테러방지법이 테러단체나 조직원, 위험인물로 대상을 한정한 취지를 무시하고 국민을 잠재적 피해자로 몰아가는 악의적 반대논리다. 국정원을 음습한 ‘악의 총본산’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이런 주장을 할 수 없다. 테러방지법은 사실을 날조하는 직권 남용행위를 가중 처벌하고 인권보호관이라는 안전장치를 두었다.

 그러나 과거 국정원의 여러 불법 행위를 기억하는 이들은 국정원이 테러방지를 핑계로 공작을 할 수 있다고 의구심을 품는다. 김영삼 정부의 권영해 안전기획부장(현 국정원장)은 북풍·총풍 사건으로, 김대중 정부의 임동원·신건 국정원장은 불법 도청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은 대선 댓글 개입으로 구속된 것을 비롯해 국정원 개혁은 늘 구두선에 그친 사례가 많았다. 어렵게 통과된 테러방지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국정원이 먼저 어두운 흑(黑)역사를 극복하고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