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통화 스와프 한국이 고개 숙여라?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요청이 없을 경우 한일 통화 스와프 확대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국이 확실하게 고개를 숙여야 통화 스와프 확대 조치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3일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 담당자는 최근 자민당 간부들과의 간담회에 참석, "현 시점에서 한국으로부터 통화 스와프 연장 신청을 받은 적이 없으며, 요청이 없을 경우 확대 조치를 연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양국은 작년 10월 통화 스와프 규모를 130억달러에서 700억달러로 늘렸으며 오는 31일 시한이 만료된다. 통화 스와프는 외환이 부족할 때 사용할 수 있어 외환 위기에 대한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자 아즈미 준(安住淳) 당시 일본 재무상은 그에 대한 보복 조치로 통화 스와프 확대 조치의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한국 정부의 일부 관계자들이 "통화 스와프는 일본의 필요에 의해서, 일본이 먼저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본 재무성이 "한국이 지원을 요청해서 확대한 것"이라며 한국 정부에 항의하기도 했다.

한일 통화 스와프 연장 요청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직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작년 한일 통화 스와프를 확대할 당시만 해도 경제에 국한된 이슈여서 기재부가 자체 결정할 수 있었지만 최근 한일 간 냉각 기류가 흐르면서 청와대와 외교부 등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돼 굳이 한일 통화 스와프를 연장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통화 스와프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정부가 결정할 경우 한일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를 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12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박재완 기재부 장관을 보내 일본 재무성 등의 입장을 추가로 파악한 뒤 최종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