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20 03:00
수익 80% 위안부 피해자에 기부…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
삐걱대는 나무, 군화 소리… 위안소 모형 체험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 구상
초기 제품들은 모두 실패… 샘플만 수십장 만든 끝에 마리몬드만의 무늬 탄생
수익 대부분을 꾸준히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게 기부하는 벤처기업이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 가방, 모자, 다이어리 등 생활 소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 마리몬드다. 지난 17일 서울 성수동에서 마리몬드 윤홍조(30) 대표를 만났다. 윤 대표는 "우리로 인해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피해 할머니들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마리몬드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자본금 500만원에서 매출 16억원으로
마리몬드(Marimond)는 지난 2012년 만들어졌다. 나비를 뜻하는 라틴어 마리포사(mariposa)와 반 고흐 작품 '꽃 피는 아몬드 나무'에서 따온 아몬드(almond)를 결합해 만들었다. 채 피지 못한 꽃에 나비가 앉았을 때 만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작년 1월 아이돌 멤버 수지가 마리몬드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쓰는 사진이 퍼지면서 포털사이트에서 마리몬드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 유명해지기도 했다. '수지 스마트폰 케이스'로 불리는 마리몬드의 보라색 케이스는 2010년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심달연 할머니가 꽃을 눌러 만든 압화(押花) 작품 '병화'를 그대로 그려 넣은 제품이다. 윤 대표는 "수지를 광고모델로 섭외한 건 아니지만 수지 덕분에 '병화'뿐 아니라 쌓아뒀던 재고가 전부 팔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윤 대표는 "위안부들의 아픔이 피부에 와 닿았기 때문"에 마리몬드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5년 전 대학생이던 그는 경기 광주에 있는 '일본군위안부 역사관'을 방문했다. 역사관 안에 재현된 위안소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무로 된 좁은 위안소뿐만 아니라 일본군이 위안소에 들어오는 소리까지 그대로 표현돼 있었다. 일본군의 구둣발 소리와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에 대해서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윤 대표는 그날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했다.
때마침 대구의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서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접했다. 압화는 꽃을 눌러 건조시킨 뒤 평면에 부착하는 기법이다. 압화는 할머니들이 위안부 피해 상처를 극복하는 심리치료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윤 대표는 할머니들이 만든 압화 작품을 이용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압화 작품들은 훌륭했지만 마리몬드가 맨 처음 만든 제품들은 실패작이었다. 여성 스카프나 남성용 손수건 장식, 부토니에를 만들었는데 사업을 해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패션 관련 전문 지식이 없었다. 그 탓에 제품을 생산은 못 하고 샘플만 수십 장 만들었다. 가격을 스카프 한 장당 6만~10만원으로 책정하는 무모한 시도도 했다. 샘플만 만들다 지쳐 헛웃음이 났다고 했다. 6개월간 끊임없이 실패한 끝에 결국 마리몬드만의 무늬를 만들어 냈다. 그때의 무늬가 지금까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밑천이 됐다.
이제는 제품을 통해 "그 가방 어디서 산 거야, 예쁘네?" "이건 마리몬드라는 회사 건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수익을 기부하는 회사야" 같은 식으로 위안부 문제가 한 번 더 언급되는 것이 마리몬드의 목표다. 윤 대표는 "할머니들을 위한다는 것만으로는 제품 구매가 꾸준히 이어지기 어렵다"며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위안부 할머니 사연을 디자인化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마리몬드는 지난해 홈페이지 방문자 1000만명을 넘겼다. 마리몬드를 SNS에서 언급한 횟수도 1만 번 이상이었다. 직원 수도 4명에서 20여 명으로 늘었다. 인기를 증명하듯 마리몬드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가짜도 등장했다. 작년 한 해에만 매출 16억원을 올렸고 7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마리몬드는 이 영업이익의 80％를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데 썼다. 나머지는 회사에 재투자한다. 배당을 하거나 직원들끼리 나눠 갖는 일은 없다.
마리몬드 제품은 모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만든 미술 작품이나 그들의 사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들이다. 그래서 어떤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는지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진다. 말괄량이로 아버지를 일찍 여읜 하상숙 할머니 이야기를 담은 제품엔 혼자서도 잘 자라나는 나팔꽃을, 5남매 중 넷째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귀향한 뒤엔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길원옥 할머니 사연을 담은 제품엔 병충해를 물리치는 노란색 마리골드를 그려넣는 식이다. 윤 대표는 이제껏 만난 할머니들이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들을 피해자로만 볼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자신들이 피해자이고 위안부 피해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존중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윤 대표는 말했다. 또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결국 후손들이 비슷한 아픔을 겪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최모(90)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현재 45명이다.
마리몬드(Marimond)는 지난 2012년 만들어졌다. 나비를 뜻하는 라틴어 마리포사(mariposa)와 반 고흐 작품 '꽃 피는 아몬드 나무'에서 따온 아몬드(almond)를 결합해 만들었다. 채 피지 못한 꽃에 나비가 앉았을 때 만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작년 1월 아이돌 멤버 수지가 마리몬드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쓰는 사진이 퍼지면서 포털사이트에서 마리몬드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 유명해지기도 했다. '수지 스마트폰 케이스'로 불리는 마리몬드의 보라색 케이스는 2010년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심달연 할머니가 꽃을 눌러 만든 압화(押花) 작품 '병화'를 그대로 그려 넣은 제품이다. 윤 대표는 "수지를 광고모델로 섭외한 건 아니지만 수지 덕분에 '병화'뿐 아니라 쌓아뒀던 재고가 전부 팔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윤 대표는 "위안부들의 아픔이 피부에 와 닿았기 때문"에 마리몬드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5년 전 대학생이던 그는 경기 광주에 있는 '일본군위안부 역사관'을 방문했다. 역사관 안에 재현된 위안소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무로 된 좁은 위안소뿐만 아니라 일본군이 위안소에 들어오는 소리까지 그대로 표현돼 있었다. 일본군의 구둣발 소리와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에 대해서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윤 대표는 그날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했다.
때마침 대구의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서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접했다. 압화는 꽃을 눌러 건조시킨 뒤 평면에 부착하는 기법이다. 압화는 할머니들이 위안부 피해 상처를 극복하는 심리치료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윤 대표는 할머니들이 만든 압화 작품을 이용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압화 작품들은 훌륭했지만 마리몬드가 맨 처음 만든 제품들은 실패작이었다. 여성 스카프나 남성용 손수건 장식, 부토니에를 만들었는데 사업을 해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패션 관련 전문 지식이 없었다. 그 탓에 제품을 생산은 못 하고 샘플만 수십 장 만들었다. 가격을 스카프 한 장당 6만~10만원으로 책정하는 무모한 시도도 했다. 샘플만 만들다 지쳐 헛웃음이 났다고 했다. 6개월간 끊임없이 실패한 끝에 결국 마리몬드만의 무늬를 만들어 냈다. 그때의 무늬가 지금까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밑천이 됐다.
이제는 제품을 통해 "그 가방 어디서 산 거야, 예쁘네?" "이건 마리몬드라는 회사 건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수익을 기부하는 회사야" 같은 식으로 위안부 문제가 한 번 더 언급되는 것이 마리몬드의 목표다. 윤 대표는 "할머니들을 위한다는 것만으로는 제품 구매가 꾸준히 이어지기 어렵다"며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위안부 할머니 사연을 디자인化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마리몬드는 지난해 홈페이지 방문자 1000만명을 넘겼다. 마리몬드를 SNS에서 언급한 횟수도 1만 번 이상이었다. 직원 수도 4명에서 20여 명으로 늘었다. 인기를 증명하듯 마리몬드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가짜도 등장했다. 작년 한 해에만 매출 16억원을 올렸고 7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마리몬드는 이 영업이익의 80％를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데 썼다. 나머지는 회사에 재투자한다. 배당을 하거나 직원들끼리 나눠 갖는 일은 없다.
마리몬드 제품은 모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만든 미술 작품이나 그들의 사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들이다. 그래서 어떤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는지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진다. 말괄량이로 아버지를 일찍 여읜 하상숙 할머니 이야기를 담은 제품엔 혼자서도 잘 자라나는 나팔꽃을, 5남매 중 넷째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귀향한 뒤엔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길원옥 할머니 사연을 담은 제품엔 병충해를 물리치는 노란색 마리골드를 그려넣는 식이다. 윤 대표는 이제껏 만난 할머니들이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들을 피해자로만 볼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자신들이 피해자이고 위안부 피해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존중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윤 대표는 말했다. 또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결국 후손들이 비슷한 아픔을 겪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최모(90)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현재 4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