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피에타’ 조각상
“민간인 학살 문제 묵과 안돼”
‘베트남 피에타상’ 설치 운동
보도 이후 시민성금 이어져
‘베트남 피에타상’ 설치 운동
보도 이후 시민성금 이어져
전직 역사교사 한아무개(50)씨는 2년 전 베트남 중부지방으로 떠난 역사 답사에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위령제’를 봤다. 위령제 뒤엔 잔치도 하고 밥도 나눠 먹어야 하는데 현지 사람들은 당장 쓸 돈이 부족했다. 한씨는 ‘당시 참전한 한국인들에게도 위령제를 이어갈 책임이 있는 건 아닌가. 한국인인 나도 돈을 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 뒤로 조금씩 모은 돈이 쌓여 50만원이 됐을 때, 한씨는 ‘한-베 평화재단 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에 쾌척했다.
베트남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해 참전국인 한국도 사과하자는 운동이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12·28 합의’ 이후, 전쟁 범죄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려면 한국도 베트남전 당시 벌어진 민간인 학살 문제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국내와 베트남 현지에 ‘베트남 피에타’ 조각상을 만들어 설치하자는 추진위의 활동도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의 역사적 책임을 반성하자는 움직임 중 하나다.
베트남 피에타상 제작엔 2011년 서울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51)·김운성(52)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임옥상 화백, 이길보라 다큐멘터리 감독 등 추진위원 65명과 발기인 10명이 참여해 지난해 9월 출범한 추진위는 올해 안에 국내와 베트남 현지에 베트남 피에타상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시민 모금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16일 <한겨레>의 보도 이후 열흘 새 700만원의 성금이 모인 상태다.
발기인으로 나선 이동원 <에스비에스>(SBS) 피디는 “과거사 문제에 있어 한국은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생각이 든다. 피에타 조각상이 한국과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 진심을 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후원계좌 국민은행 324702-04-146079 예금주 전미화(한베평화재단), 문의 amapvietnam@gmail.com)
김미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