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역사상 최초 여성 총통 당선…'첩의 딸'에서 최초 여성 지도자로

    입력 : 2016.01.16 19:51 | 수정 : 2016.01.16 22:39

    차이잉원/연합뉴스
    105년 대만 역사상 최초로 여성 총통이 탄생했다.

    16일(이하 현지 시각) 진행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대선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60)의 당선이 확정됐다.

    2000년 첫 집권 8년 만에 국민당에 정권을 내줬던 민진당은 8년만에 다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차이 후보는 마잉주(馬英九) 총통과 인수 인계 절차를 거쳐 오는 5월 20일 정식 제14대 총통으로 취임하게 된다.
    /TVBS 방송 캡처
    대만 뉴스전문 채널 TVBS는 이날 오후 9시쯤 1200만여 표를 개표한 결과 차이 후보가 56.16%를 얻어 집권 국민당 주리룬 (朱立倫·55) 후보(31%)를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패배를 인정하는 주리룬 후보자/TVBS 방송 캡처
    국민당은 앞서 득표차가 300만표 이상 벌어지자 개표 3시간 만인 오후 7시쯤 선거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주 후보자는 자신의 선거본부에서 아내 및 관계자들과 함께 지지자들 앞에 나서서 고개를 두 차례 숙이며 “죄송하다”를 반복했다.

    주 후보자는 “주리룬이 여러분을 실망하게 했다. 죄송하다. 국민당의 후보자로서 이번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질 것”이라며 “지금 이 시각부터 당주석의 직위를 내놓겠다”고 했다.

    그는 차이 후보에게 “축하한다”며 “우리는 민주적인 선거의 결과를 존중해야 하고, 선거가 끝나면 하나의 대만과 대만에 대한 사랑만이 남을 것”이라고 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차이 후보는 '소수민족·여성·미혼녀' 핸디캡을 안고 있는 소수자다. 차이 후보는 푸젠성 객가(客家·중국 한족의 일파로 대만 내 소수민족) 출신의 아버지와 원주민 파이완(排灣)족 출신의 친할머니의 혈통이다. 유세 현장에서는 종종 "객가의 딸이 총통이 되게 해달라"고 한다. '첩의 딸'이기도 하다. 부동산·건설·호텔 사업가인 차이 후보의 아버지는 다섯 명의 첩을 두고 있었는데 차이 후보는 그중 장진펑(張金鳳)의 딸로 태어났다. 11명의 이복 형제자매 가운데 막내다. 결혼도 안 했다. 화장을 잘 하지 않고 단발머리에 안경을 쓰고 다녀 스밍더(施明德) 전 민진당 주석으로부터 "동성애자가 아니냐"는 질문을 면전에서 받았다.

    차이 후보는 우연히 정치인이 됐다. 대만 최고 명문대인 대만 국립대 법대, 미국 코넬대 법학석사, 영국 런던정경대 법학박사 학위를 딴 뒤 교수 생활을 하던 중 2000년 국민당 소속으로 처음 정계에 진출해 대륙위원회 주임을 맡았다. 2004년엔 민진당으로 옮겨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2006년에는 부총리가 됐고 2008년엔 최초의 여성 당 주석이 됐다.

    차이 후보는 여성 정치인 특유의 청렴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대만 정치권에선 승부사로 통한다. 2008년 대만 대선에서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총통(대통령)이 부패로 낙마해 민진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는 주석직을 수락했다. 당시 정치 경험이 일천한 차이 후보가 주석이 된 데엔 "여성이고 미혼이라 부패 추문을 잠재우는 데 적합하다"는 당내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 취임 후 3년간 당내 파벌 싸움을 잠재우고 9차례의 선거에서 국민당에 맞서 7차례 승리해 '선거의 여왕'이라 불렸다. 2012년엔 대만 최초의 여성 대선 후보로 출마해 6%포인트 차이로 마잉주 총통에게 석패해 당 주석직을 내려놨다가 2014년 93% 당내 지지율로 주석에 복귀했다.

    차이 후보는 지난 1일 영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내 롤모델"이라며 '대만판 메르켈'을 자처했다. 독일 경제를 회생시킨 메르켈처럼 '강인하지만, 포용력 있는 지도력'으로 1%대의 낮은 경제 성장률로 고전하는 대만을 되살리겠다는 뜻에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