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강간발생률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는 30분에 1건씩 강간이 발생하는 꼴이다. 미진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아동성폭력이 화두가 되어 2010년 6월 29일 국회에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일명 화학적 거세법이 통과되었다. 성범죄자 처벌 중 가장 강력한 처벌로 알려진 화학적 거세. 찬반 논란이 뜨겁지만 법이 통과된 이후 국내에서는 한건도 집행되지 않았다.

우선 화학적 거세는 헌법이 규정한 ‘이중처벌 금지’를 위반하며 범죄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성폭력의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아동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생각하면 성범죄자의 기본권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지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화학적 거세라는 말의 어조가 단호하여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실상은 일시적으로 성욕을 줄여주는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약물 성분이 떨어지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물리적 거세와는 다르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약물을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소비적인데다 1 년에 1명에게 드는 호르몬 주사의 약물 값만 해도 300만원을 호가한다. 화학적거세의 실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적다고 본다.

또한 남성성 훼손이라는 굴욕감으로 인한 2차 범죄가 우려된다. 특히 재범률이 높은 아동 성범죄자들이 이상성욕이 교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소 했을 때, 사회에 대한 분노로 인해 더 큰 범죄나 보복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화학적거세는 법의 엄중함을 알리는 공포적인 처벌이지만 그 실효성이 의심되고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과 재발을 막는 것이다. 가해자는 교정 시설에서 충분한 성적인 교화 프로그램(심리치료와 인지치료)등을 거치고 사회에 복귀하여야 할 것이다.

사회에서도 초·중·고등학교에서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 왜곡되지 않은 올바른 성 가치관 확립과 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아동성범죄의 발생에 있어 아동포르노그래피가 그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는 보고에 미루어 아동포르노 소지자들을 엄중히 처벌하여야 한다.

화학적거세. 공포적이고 소비적인 처벌만이 답이 아니라 아동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