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문재인 대표 일행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 뉴스1
“아베(총리)가 사죄못하면 일왕(덴노)이 사죄해야 한다”
경기 광주 나눔의 집 거주 위안부 피해자인 유희남(88) 할머니는 31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일행과 면담한 자리에서 덴노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일왕도 사죄할 수 있는 (보통)사람이다. 부모가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무릎 꿇고 사죄하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할머니는 또 “이대로 넘어가면 또다시 (일본이) 우리나라를 무시할 것”이라며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국회에서 다시 한 번 다뤄달라”고 문재인 대표에게 당부했다.
그는 “이번 일(합의)은 정부에서 잘못한 것 같다”며 “정부에서 우리를 무시했다. 내 할머니, 어머니라고 생각했으면 그랬겠냐”고 반문하며 울분을 토했다.
강일출(88) 할머니는 “정부가 (협상과 관련해서) 우리에게 말도 하지 않다”며 “정부가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된다. 돈만 주면 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옥선(89) 할머니는 “정부에서 우리를 다 버렸다고 생각했다”며 “일본이 우리가 다 죽기를 기다리니 우리 정부도 (일본을 따라) 우리가 죽기를 바라는 것 같이 생각된다”고 정부의 태도를 비난했다.
그는 또 “이번 사죄는 사죄가 아니다”며 “일본 책임자가 우리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해야 진정한 사죄”라고 주장했다.
김군자(90) 할머니는 “우리를 빼놓고 하면 끝난다고 생각했나. 피해자는 우리다. 이제 집안끼리 싸우게 생겼다”며 정부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법적배상과 명예회복, 공식사과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더 이상 바라는 것은 없다”고 했다.
박옥선 할머니는 “잠을 못잔다. 잘 해결될 수 있게 노력해 달라”고 문재인 대표에게 당부했다.
문재인 대표는 “‘우리를 왜 두 번 죽이냐’는 보도를 보고 놀랐다”면서 “국회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무효다. 할머니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새롭게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문 대표 일행의 방문에 할머니들은 박수로 환영을 표했다. 문 대표는 할머니 한분 한분의 손을 잡으며 화답했다. 할머니들은 “이번에 민주당 덕 좀 보자”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면담은 지난 29일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방문했을 때 나눔의 집이 방명록을 치워버렸을 정도로 격앙됐던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경기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