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한일청구권 협정 제2조 제1항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 대한 선고를 위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 자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일제강점기 때 강제 징용된 피해자들의 대(對) 일본 청구권을 제한한 한·일 청구권협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날 결정은 협정 자체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이 아니라 청구인의 사건과 관련성이 없어 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협정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소는 23일 한·일청구권 협정 제2조 제1항 등에 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은 한국과 일본이 국가와 국민의 재산, 권리, 이익,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한일청구권 협정 제2조 제1항과 제3항 ▲구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강제동원희생자지원법) 제18조 제1항 등은 이번 사건에서 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한일청구권 협정과 강제동원희생자법 제18조 제1항은 미수금 피해자에 대한 지원금 지원 결정의 근거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청구인의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청구인 사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심판 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
강제동원희생자지원법 제5조 제1항에 대해선 재판관 6(합헌) 대 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한·일청구권 협정과 관련, 강제동원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정부가 인도적 차원의 위로금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 법은 일본의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 1엔 당 2000원으로 산정해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은 대일 민간청구권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일부 보상이 이뤄졌지만 미수금피해자는 대상에서 제외됐음을 감안한 것"이라며 "인도적 차원의 시혜적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 제23조에 의해 보장되는 재산권이라고 할 수 없지만 산정 방식은 합리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이 조항의 산정 기준은 나름의 합리적 기준으로 화폐가치를 반영하고 있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부친을 잃은 이윤재씨 등은 한·일청구권 협정과 강제동원희생자지원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2009년 11월 위헌 소원을 냈다.
이씨는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이씨가 일본 정부 및 기업에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또 강제동원희생자지원법은 정부로부터 돈을 받았을 경우 강제동원에 관한 내용으로 법원에 다시 소송을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1엔 당 2000원으로 산정해 지급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선 공공필요에 따라 재산권을 제한할 경우 그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한 헌법 제23조 제3항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