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대교 운행 전면통제
총 144개 중 1개 절단·3개 손상
초유의 장기 고속도로 차단
감식반, 전형적 낙뢰 사고 추정
기상청은 “당시 번개 없었다” 밝혀
화재 원인 미스터리로
총 144개 중 1개 절단·3개 손상
초유의 장기 고속도로 차단
감식반, 전형적 낙뢰 사고 추정
기상청은 “당시 번개 없었다” 밝혀
화재 원인 미스터리로
경기 평택과 충남 당진을 잇는 서해대교가 오는 24일까지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된다. 상판을 지지하는 케이블이 화재로 끊어진 교량의 안전을 우려해 고속도로의 차량 통행을 지난 3일부터 24일까지 막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현재도 주말이면 교통정체가 심한 서해대교 통행이 전면 통제돼, 우회 차량이 몰릴 서해대교 부근의 국도와 고속도로에서 교통 대란이 예상된다.
■ 불탄 케이블 기능 상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3일 서해대교 주탑과 상판을 연결하는 교량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해 조사했더니, 72번은 절단되고 71번, 56번, 57번 등 3개 교량 케이블에서 손상이 발견돼 정밀조사를 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도로공사는 56번, 57번 케이블이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손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서해대교는 60층 건물 높이인 192m 주탑 2개와 교량 상판을 144개 케이블로 경사지게 연결한 사장교다. 2개의 주탑에 8개 방향으로 케이블이 각각 18개씩 설치돼 있다. 각 케이블이 340~930t가량의 무게를 분담한다. 이번 화재로 잘린 72번 케이블은 2번 주탑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해 가장 큰 힘을 받고 있다. 주탑의 바깥쪽 4개 케이블이 힘을 주로 받는 앵커 케이블 구실을 한다. 이번 사고로 앵커 케이블인 72·71번이 손상돼, 상판을 지지하는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 쪽은 “서해대교 정기 안전 점검은 1년에 두 차례 하고, 서해대교는 다리 규모가 커서 상주 직원 5명이 거의 한해 내내 안전 점검을 한다. 최근까지 안전 점검에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근거리는 국도, 원거리는 고속도로
도로공사 쪽은 “서해대교 통행이 재개될 때까지 38·39번 국도 등 도로와 경부고속도로로 우회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해대교 통행 금지에 따른 우회 방법은 크게 국도를 이용하는 방법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국도를 이용하는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은 서해대교 앞의 서평택 나들목(IC)에서 나간 뒤 39번과 38번, 32번 국도를 이용해 다시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할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은 서해대교 앞의 당진 나들목이나 송악 나들목에서 나간 뒤 32번과 38번, 39번 국도를 이용해 다시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국도는 거리는 가까우나 정체로 인해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은 하행선의 경우 서해대교 앞의 서평택 갈림목(JCT)에서 평택~제천 고속도로, 안성 갈림목에서 경부고속도로, 천안 갈림목에서 천안~논산 고속도로, 공주에서 대전~당진 고속도로나 공주~서천 고속도로로 갈아타서 당진 갈림목이나 동서천 갈림목에서 서해안고속도로와 다시 만날 수 있다. 상행선은 동서천 갈림목에서 공주~서천 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천안~논산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서해안고속도로로 돌아갈 수 있다. 고속도로는 거리는 멀지만, 비교적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정말 번개가 화재 원인?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 원인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합동감식반은 낙뢰 화재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으나 기상청은 화재가 발생한 시점에 서해대교 일대에서 낙뢰가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화재 합동감식반은 이날 현장에서 끊어진 교량 케이블 등에 대한 감식을 했다. 감식반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불이 난 형태와 강선이 끊어진 흔적 등으로 미뤄 전형적인 낙뢰 화재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낙뢰가 떨어지면서 주탑 상부에 연결돼 있던 교량 케이블의 강선을 손상시키고 폴리염화비닐(PVC) 피복이 녹아 불이 붙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피복이 불에 타면서 강선의 강도가 약해져 지름 280㎜, 길이 233m의 케이블이 끊어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로공사 쪽은 “이번 사고는 극히 드문 사례이지만 2005년 그리스에서도 교량 케이블이 낙뢰로 끊어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사고 당시 서해대교 일대에서는 낙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이 24시간 낙뢰 상황을 확인하는데 지난 3일 오후 6시부터 당진 등 서해대교 주변 지역의 관측 장비에 낙뢰는 감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장감식반의 한 관계자는 “낙뢰가 없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당혹스럽다. 절단 케이블을 감식·분석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규원,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서해대교 화재 발생 지점
서해대교 통제 때 우회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