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05 14:16 | 수정 : 2015.12.05 14:19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은 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법원에 배상금 지급에 관한 합의서를 제출했다. 이 합의서에 따르면 애플은 5억4817만6477달러(약 6364억 원)를 요구하는 청구서를 삼성전자에 보내고, 삼성전자는 이 돈을 이달 14일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특허 침해에 관한 두 회사의 갈등은 2011년 촉발됐다. 당시 애플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 모델에 적용된 기술, 디자인 등이 자사 제품을 베낀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10억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올해 5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배상금을 약 5억4800만달러로 낮췄다.
항소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리고 이 부분을 1심 재판부로 파기 환송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특정 브랜드 상품의 외관과 느낌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특허 보호 장치다. 즉 항소법원은 삼성전자 갤럭시S를 봤을 때 ‘아이폰을 베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애플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트레이드 드레스에 관한 재심리는 내년 1월 시작된다.
애플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늘이거나 줄이는 기능인 ‘핀치 투 줌(pinch to zoom)’ 기술 특허를 앞세워 일부 승소를 따낼 수 있었다. 미국 특허청(USPTO)은 자체적으로 이 특허를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판단이 법적 판정이 아니어서 애플의 특허는 아직 유효한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애플의 핀치 투 줌 특허가 무효로 확정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두 회사의 법정 다툼도 당분간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USPTO는 핀치 투 줌 특허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애플의 ‘둥근 모서리’ 관련 특허권에 대해서도 무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 특허들이 법적으로 효력을 잃게 되면 배상금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달라고 말할 명분이 생긴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도 삼성전자가 배상금을 일단 지급한 다음 연방대법원에 상고하는 식의 후속 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