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che) <인터뷰> 일본서 종이접기 축제 여는 노영혜 이사장 | 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실시간뉴스]

최종업데이트YYYY-mm-dd hh:mm:ss

검색

최신기사

뉴스 홈 > 최신기사

<인터뷰> 일본서 종이접기 축제 여는 노영혜 이사장

오리가미의 본고장서 종이접기 한류 창조에 앞장
"원류 밝히는 고증에 나서 설화를 역사로 만들겠다"

(도쿄=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오리가미'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종이접기를 전파하는 일본에서 대한민국 종이접기를 알리겠다고 나선 인물이 있다.

28일부터 3일간 일본 동경한국학교에서 '대한민국 종이접기 문화 축제 한마당'을 개최하는 노영혜(66)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가 1987년 종이접기·종이문화 재창조 운동의 기치를 내걸었을 때는 주변 사람들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비웃음을 던졌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렇게 보지 않는다.

1989년 종이접기협회를 결성한 이래 지금까지 국내에서 28만 명의 종이접기 강사를 길러냈고, 2001년 미국 워싱턴DC 지부를 시작으로 16개국 41개 해외 지부를 거느리며 '신(新) 한류'의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이제는 일본도 경계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아직 멀었습니다. 종이접기에 관한 한 일본의 벽이 여전히 두껍고 높지요. 그래도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은 심정이었으나 수천, 수만 개의 달걀을 던지면 바위를 뒤덮어 형체를 바꿀 수 있다는 말처럼 목표가 분명해지고 의지도 다져졌습니다."

일본 동경한국학교에서 종이접기 축제여는 노영혜 이사장.
일본 동경한국학교에서 종이접기 축제여는 노영혜 이사장.

그가 종이와 인연을 맺은 것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군인 정도헌(71) 종이나라 대표와 종이산업을 이끌다가 메세나 운동,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종이접기 보급에 나섰다.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미국, 필리핀, 몽골, 뉴질랜드 등지에서 종이접기 축제를 열며 한국식 종이접기를 알려왔다.

처음에는 한글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동포 2세, 3세에 한국식 종이접기를 교육하는 데 주력했지만 지금은 현지인들을 대상으로도 확산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마련하는 이번 행사는 동포 후손을 겨냥한 것이다. 그래도 이곳이 세계 종이접기의 중심이자 오리가미의 본고장인 만큼 소감이 여느 때와 다르다.

27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 내린 노 이사장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동안 일본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왔습니다. 배우려고 오기도 했고, 교류하러 오기도 했고, 시장 조사하러 오기도 했고…. 이번에는 비록 동포가 주대상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가르치러, 보급하러 온 것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도와주신 많은 분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노 이사장은 종이접기의 세계화, 혹은 종이접기의 신 한류 창조를 역설하면서 태권도를 자주 예로 든다. 태권도야말로 한류 TV드라마나 K팝에 앞서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고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를 높인 성공 모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태권도 문화의 우수성이 깔렸긴 했지만 한국인의 도전 정신과 동포들의 애국심, 그리고 국가적인 지원이 한몫했던 것이 사실이다.

종이접기도 일본의 사례처럼 민관 협력이 뒷받침되고 국내외 동포들이 합심해 노력한다면 충분히 세계인에게 각광받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일본 동경한국학교에서 여는 2015 종이접기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과 전시한 작품들.
일본 동경한국학교에서 여는 2015 종이접기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과 전시한 작품들.

종이접기의 원류가 한국이라는 노 이사장의 확신은 신앙에 가깝다. 비록 종이접기에 관한 고대 기록을 찾기는 어렵지만 고구려 승려 담징이 일본에 종이 제조술을 가르쳐주고, 통일신라 때부터 질 좋은 종이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우리나라가 종이접기 문화도 일찍부터 꽃피웠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굳이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인쇄물이나 금속활자본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한민족처럼 종이와 가까운 민족은 없습니다. 일본도 벽과 천장에 종이를 바르지만 바닥에까지 종이를 바르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지요. 또 상여의 장식이나 관에 들어가는 장례 용품까지, 우리 민족은 종이에서 태어나 종이로 들어가는 셈입니다. 더욱이 손재주까지 세계에서 알아주는 민족이다 보니 종이접기에서도 독보적이었을 것이라는 게 당연한 추론 아닙니까."

노 이사장은 추론에만 그치면 일본을 비롯해 주변 나라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역사적 고증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고대판 '타임캡슐'이라고 할 불상의 복장품이나 석탑의 사리장엄구, 혹은 고분의 출토 유물 등의 기록 등을 뒤져 종이접기의 원형을 연구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몇몇 전문가들과 의기투합했다.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 이야기도 예전에는 설화로만 전해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유물이 발견되고 문헌 고증을 거치다 보니 역사로 재평가됐습니다. 종이접기 역시 봉정사의 창건 설화나 담징의 종이 제조 기술에 따른 추론에 머물지 말고 역사로 되살려낼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그가 역사적 사명감이나 민족적 자부심 때문에 종이접기에 매달리는 것만은 아니다. 종이접기야말로 급격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현대 사회의 문제를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어루만져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이 '공감과 소통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처럼 종이접기는 세대 간의 벽을 허물어주는 좋은 수단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어린이에게는 창의력과 집중력 등을 길러주고, 노인들의 치매를 예방하는 데도 톡톡한 역할을 한다. 예술적으로나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대단히 깊다

노 이사장이 품고 있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눈앞에 닥친 도쿄 행사를 잘 치르는 것이 우선입니다. 한국학교·한글학교 선생님들이나 동포 어린이들에게 한국 종이접기를 잘 알려주는 것에 집중해야지요. 우리가 종이접기를 보급하고 있긴 하지만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닙니다. 온 인류가 소통하며 하나가 되게 하자는 수단이지요. 북한 동포에게도 종이접기를 가르쳐주며 남북 화해에 기여하고, 더 많은 나라에 종이접기를 보급해 세계 평화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2015 종이접기 축제가 열리는 일본 동경한국학교에 종이접기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2015 종이접기 축제가 열리는 일본 동경한국학교에 종이접기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1/28 07:55 송고

광고
광고
댓글쓰기

댓글쓰기

배너
비주얼뉴스
  • 포토
  • 화보
  • 포토무비
  • 영상
배너

배너

AD(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포토
0/0
AD(광고)
광고
AD(광고)

위키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