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사회일반

건국대 폐렴, 원인도 대응도 미스터리

등록 :2015-11-02 19:55수정 :2015-11-02 22:14

크게 작게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서울캠퍼스의 동물생명과학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해 건물이 폐쇄됐다. 사진은 29일 오후 폐쇄된 건물 앞을 마스크 쓰고 지나는 학생. 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서울캠퍼스의 동물생명과학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해 건물이 폐쇄됐다. 사진은 29일 오후 폐쇄된 건물 앞을 마스크 쓰고 지나는 학생. 연합뉴스
환자 50명…모니터링 1600명 넘어
지난달 28일 오전 10시20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의 동물생명과학관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방역상의 문제로 건물을 폐쇄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업하던 교수와 학생들은 부랴부랴 짐을 챙겨 건물에서 나왔다. 건물은 오전 11시부터 폐쇄가 예정돼 있었지만, 모든 이가 건물에서 빠져나온 건 정오께였다.

질병관리본부 “전염성 없는듯”
실험실 환경적 요인으로 추정

건국대, 집단감염 27일 첫 인지
‘건물폐쇄’ 긴급 결정했지만
총장 결재 기다리다 다음날 폐쇄

28일엔 역학조사 시작 안했는데
현장보존 않고 건물전체 소독

질병관리본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건국대에서 발생한 폐렴 등 호흡기질환의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균 7종, 바이러스 9종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으나 특이 소견은 발견되지 않아 현재까지는 전염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실험실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원인 미상 폐렴 등 호흡기질환자는 이날 5명이 추가돼 모두 50명이 됐으며, 추가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이 학교 학생과 교직원 등 총 1664명을 모니터링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질병관리본부는 덧붙였다.

■ 총장 ‘결재’ 때문에 늦어진 폐쇄 건국대가 집단감염 사태를 처음 인지했다고 밝힌 것은 지난달 27일이다. 건국대 생물안전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긴급회의를 열어 ‘건물 폐쇄’를 결정했다. 하지만 실제로 건물 폐쇄가 ‘완료’된 것은 이튿날 낮 12시께였다. 전문가들은 “상식적으로 건물 폐쇄를 결정했다면 그때부터 사람들이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게 맞다. 오전 11시에 대피시키듯 부랴부랴 내보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생명안전관리책임자인 장원종 교수(의학전문대학원)는 이에 대해 “자문기구인 생물안전위원회는 결정권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건물을 폐쇄하려면 총장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데 “건물 폐쇄 결정 회의가 오후 6시에 끝나 다음날 아침에 결재가 날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역학조사 앞두고 소독은 왜? 건국대 쪽은 지난달 28일 오전 5~8시 전문 소독업체를 불러 동물생명과학대 건물 전체 소독을 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데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소독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범죄현장도 보존하라는 말이 있듯이, 원칙대로라면 (감염)현장을 보존하고 가검물 채취 등 기초적인 조사를 한 다음 소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국대의 한 관계자는 “생물안전위원회 논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애초 건물 폐쇄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 건국대, 알고도 쉬쉬했나? 건국대가 이날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최초 의심환자가 인천성모병원에 입원한 것은 지난달 24일이다. 26일엔 또다른 학생이 건국대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고, 27일 방문진료 환자는 6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건국대병원 관계자가 <한겨레>에 밝힌 내용을 보면 다소 차이가 있다. 폐렴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 건국대병원 응급실을 통해 신경내과에 처음 입원한 것은 지난달 24일이고, 25일과 26일 각각 1명, 2명이 폐렴 증상으로 호흡기내과에 입원했다. 건국대는 이에 대해 “학생 한두명이 입원한 걸로는 심각성을 인지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이 지난달 26일 학교로부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밝히는 등 학교 쪽 해명과 엇갈리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

학교 쪽에서 일찌감치 상황을 파악해놓고도 쉬쉬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의심환자가 5명까지 불어난 지난달 26일,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이 학교 재산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날이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학교 쪽의 한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재판을 받는) 민감한 시기에 언론에 (학교) 이름이 오르내리는 걸 부담스러워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허승 김양중 기자 raiso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광고

광고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과학
오피니언
만화 | esc | 토요판 | 뉴스그래픽 | 퀴즈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헤리리뷰 | 사람
스페셜
스페셜+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커뮤니티
매거진
사업
독자프리미엄서비스 | 고객센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