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31 03:00
2012년 5월 베이징 회담 이후 3년 넘게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담이 11월 1일 열린다. 하지만 일부의 기대와 달리 이번 정상회담은 성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3국의 동상이몽(同床異夢) 때문이다.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3국의 만남을 이루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한국이 이번 만남을 추진한 이유는 미국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약속하고 그 일환으로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됐다. 중국이 3국 회담에 찬성한 이유는 한국이 원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박 대통령을 베이징 전승절 기념식에 꼭 오도록 해야 했고 3국 정상회담 참석으로 이에 보답했다. 중국 내 권력서열 2위인 리 총리의 방한은 작년 시진핑 주석(권력서열 1위), 올해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3위)에 이은 것으로 중국이 얼마나 한국을 중시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번에도 중국은 3국 회담보다 오히려 한·중 회담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중·일'보다는 '한·일' 관계가 우선이다. 일본은 한·일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미국의 요구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 반면 중국과는 이미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한 데다 11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양국 정상회담 가능성도 없지 않아 급하지 않다. 중·일은 만나더라도 자기 얘기만 하고 끝낼 가능성이 높다. 내년부터 3국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는 일본은 중·일 관계를 관리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다.
3국의 계산법이 이렇게 다르다 보니 회담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3국 간 환경, 금융, 비전통 안보, FTA, 한반도 평화와 안정 원칙이 거론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오히려 3국 지도자가 같은 테이블에 앉는다는 것과 다음에 또 만나자고 약속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과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처음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일본은 '정상국가화'의 중장기 전략에서 움직이고 있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보지는 않는다. 박 정부 시기에 대일정책을 전환한다고 해도 한·일 관계가 한·중 관계처럼 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전개 가능성 같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어정쩡하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TPP 가입에 대해 일본이 원칙적 지지를 표명한다면 성과가 될 것이다.
반면 한·중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할 것 같다. 리 총리가 중국 경제 총책임자인 만큼 한·중 FTA, 금융 협력, 만중창신(萬衆創新)과 창조경제,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공통분모 찾기 등 경제적 논의가 많을 것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력과 인문 교류 강화도 거론될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무리하게 성과를 추구하기보다 정상회담을 연례화 하는 쪽에 힘을 기울이길 기대한다. 그것이 동북아에서 한국의 역할을 키우는 방법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의 미래는 일본의 향후 행보에 크게 달려 있다. 일본은 논쟁적인 언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한·중·일이 '정상회담'이라는 유리잔이 깨지지 않도록 해야 와인이라도 한 잔 따를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