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구축함, 남중국해 中인공섬 12해리내 첫 항해…中 "경거망동 말라"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27일(현지 시각) 중국이 영해로 간주하는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에서 12해리(약 22㎞) 안쪽 해역에 들어가 항해했다. 이에 중국은 “경거망동을 하지 말라”며 강력하게 반발,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교도통신·AFP통신 등 외신은 미 국방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9200t급 이지스 구축함인 라센(DDG 82)함이 남중국해의 수비 환초(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 12해리 이내를 남중국해 현지 시각으로 27일 오전 항해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항을 모항으로 하는 라센함은 지난 1999년 7함대에 배치된 9200t급 구축함이다. 라센함은 올해 3월 5일 한·미 연합해군 교류 확대와 독수리(FE)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우리나라 동해항에도 입항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작전과 관련해 “정규 정찰활동을 수행해온 미국 해군의 대잠초계기 P-8A와 P-3도 함께 투입됐다”고 전했다.

중국이 실효 지배하는 난사군도 암초의 12해리 안쪽에서 미군이 순찰이나 정찰 활동을 감행한 것은 2012년 이후 3년여 만이다.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이날 오후 미국 측에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즉각 반발했다. 왕 외교부장은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토론회에 참석하던 중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관련 보도를 확인하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미국 측에 대해 재삼재사 생각하고서 행동해 경거망동하지 말고 쓸데없이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충고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성명을 통해 "미국 해군 구축함인 라센함이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불법으로 남중국해 난사군도 해역에 진입했다"며 "중국 유관부처는 법에 의거해 미국 측 함정을 감시하고 추적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행위는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위협하고 지역 평화 안정을 깨뜨리는 행위"라고 “중국은 단호히 반대하고 강한 불만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중국은 작년 초부터 난사군도 7개 암초 등을 매립해 인공섬(축구장 1500개 넓이)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섬들엔 대형 활주로와 항구, 레이더·등대·방사포 시설을 갖췄다. 중국은 인공섬 건설을 통해 인근 해역의 석유 시추(매장량 110억 배럴까지 추정)를 강행하는 한편, 중동에서 아시아로 들어오는 유조선 등의 항행권을 통제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계획은 미국을 비롯해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주변국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 9월엔 필리핀·일본 등과 함께 실제로 남중국해 분쟁 지역 인근에서 합동 상륙 훈련을 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