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소녀像' 서울에 나란히 세운다

25일 오후 경기도 광주의 한 주물(鑄物) 공장에 '소녀상(像)' 둘이 나란히 앉았다. 짤막한 단발머리에 저고리를 입은 한국 소녀, 꼬불꼬불 땋은 머리에 전통 복장을 한 중국 소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한곳을 바라봤다. 조각상에 황동(黃銅)색 도료를 덧입히자 두 소녀의 모습이 더 또렷해졌다. 오랜 친구처럼 편안해 보였다. 일본 강점기 때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당한 한국과 중국의 소녀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다.

이날 마무리 작업을 마친 한·중 소녀상은 오는 28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입구역 인근 가로공원에 세워진다. 한국인 소녀상은 조각가 부부 김운성(50)·김서경(49)씨가, 중국인 소녀상은 중국의 판이췬(潘毅群·54) 칭화대 미술학과 교수와 영화제작자 레오스융(Leo史詠·54)씨가 만들었다. 한·중 소녀상이 함께 세워지는 건 처음이다.

두 소녀상의 인연은 지난해 가을 시작됐다. 한국에 왔다가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본 레오씨는 "잔혹한 역사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길로 대학 동기인 판 교수와 함께 소녀상을 제작한 김씨 부부를 찾아 "한국인 소녀상과 중국인 소녀상을 함께 세우자"고 제안했고 김씨 부부는 흔쾌히 수락했다. 중국 당국의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감안해 동상은 한국에 세우기로 했다.

네 사람은 이후 1년 동안 수차례 상대 나라를 오가며 소녀상 제작을 상의했다. 설치 공간을 고민하던 이들에게 성북구청은 선뜻 구(區)가 소유한 부지 10여 평을 내줬다. '성북아동청소년네트워크'와 '2차 세계대전 역사 보존 아시아 연맹' 등 한·중 시민단체들도 제작 비용을 보탰다.

이들은 "한·중 소녀상 설치는 양국 시민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제적 연대를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중국 상하이사범대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의 위안부 피해자는 20만명이 넘는다. 현재 생존자는 20여명이다. 한국도 200명이 넘는 정부 등록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 47명만 살아있다. 판 교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 이제 위안부 문제 해결은 시간과의 싸움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