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피해자 추모 위령비 '낙서테러' 당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반도에서 일본 후쿠오카(福岡)현으로 끌려갔다 숨진 강제징용 피해자를 추모하는 위령비가 '낙서 테러'를 당했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쿠오카현 오무타(大牟田)시 아마기야마(甘木山) 공원에 설치된 ‘징용 희생자 위령비’ 2개에 누군가가 검은 페인트를 마구 칠했고, 일본어로 ‘거짓말(うそ) ’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위령비를 건립한 시민단체인 ‘재일 코리아 오무타’ 우판근(77) 대표에 따르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 스티커도 붙어 있다. 또한 ‘일본산을 더러운 비석으로 오염시키지 말라’는 글도 일본어로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일 코리아 오무타' 측은 위령비가 훼손된 것을 확인, 현지 경찰에 통보했다.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의 현지 본부도 조사에 착수했다.

이 추도비는 2차대전 당시 한반도에서 강제징용돼 미이케(三井) 탄광 등에서 일하다 가혹한 노동으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재일 코리아 오무타’가 1995년 설립했다. 당시 오무타시는 위령비를 설립할 부지를 무상제공했고, 미이케 계열의 기업도 협력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매년 4월에는 위령제가 열린다.

우 대표는 아사히신문에 “위령비는 세계유산이 된 미이케 탄광의 역사를 전하는 것”이라며 “나의 분신으로 생각하던 위령비가 훼손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미이케 탄광은 지난 7월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논란이 일었다. 미이케 탄광과 미이케항에서는 조선인 9200여 명이 강제동원돼 일하다 3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