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의 2차대전 패전 7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8월14일 오후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아베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한-일 정상회담 앞두고 관심
‘일 정부 3억엔 기금 만들고
책임 느낀다는 표현 마련’
일부 언론보도에 일본은 부인
‘일 정부 3억엔 기금 만들고
책임 느낀다는 표현 마련’
일부 언론보도에 일본은 부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음달 1일께 열릴 전망인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론 부인하고 있지만, 현재 정체 상태인 한-일 군사협력을 본격화하는 동력을 확보하고자 아베 총리가 양보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3억엔(약 28억5000만원)을 투입해 기금을 만들고 일본 정부가 책임을 느낀다는 표현을 전하는 안을 마련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은 전혀 없다.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일-한 현안에 대해선 국장 협의 등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끈질기게 협의를 진행한다는 종래의 자세에서 전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매우 부정적이었으나, 최근 미약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가와무라 다케오 전 관방장관은 지난 21일 서울에서 일본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가 “(민간에서 성금을 모아 만든) 아시아 여성기금(1995~2007년) 후속 사업의 확충을 아베 총리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25일 아베 총리와 면담 때 총리가 먼저 ‘여성기금의 후속 사업(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방문해 의약품이나 생필품을 전해주는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알았다’는 말을 꺼냈다. 해결안의 하나로 이를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23일 일본 정부가 정부 예산으로 3억엔 이상의 기금을 만들고 ‘일본 정부의 책임’이라는 표현을 쓰는 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런 안이 실제로 제시된다면, 한국 정부와 피해자 단체들은 수용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안은 2012년 3월 당시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한국 정부에 제시했다고 알려진 ‘사사에 안’보다 일부 진전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안은 △일본 총리의 사죄 △주한 일본대사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방문해 사죄 편지 전달 △정부 예산으로 보상금 지급 등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한국 정부가 ‘법적 책임’을 명확히 인정할 것을 요구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 안은 일본의 주장인 ‘도의적 책임’과 한국이 요구하는 ‘법적 책임’을 ‘일본의 책임’이라는 표현으로 절충한 안으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이 주장해온 안과 큰 틀에서 일치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단체가 요구해온 ‘법적 책임’을 “위안부 문제에 대한 명확한 사실 인정과 배상”이라 정의한 바 있다. 배상은 ‘법적 책임’을 전제로 한 내용이어서, 새 안이 제시된다 해도 여전히 단체의 요구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극우’ 아베 정권이 그동안의 태도를 전환해 양보안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용 여부를 두고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