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등 ‘반올림’ 회원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삼성 쪽의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개별 합의’ 움직임에 항의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민경 기자
삼성 개별협의 통한 보상 뜻
반올림 “재발방지·사과 회피”
반올림 “재발방지·사과 회피”
뇌종양으로 시력·언어·보행장애 1급을 얻은 전 삼성엘시디(LCD) 노동자 한혜경(37)씨는 8일 아침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맞았다. 밤새 몸이 불편한 딸의 잠자리를 돌보던 어머니 김시녀(59)씨는 “삼성이 보상만 하고 재발방지, 사과 문제는 다루지 않으려고 조정 보류를 요청했다”며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려고 하니 힘들어도 농성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7일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에서 삼성과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가 보상위원회 활동을 이유로 조정 보류를 요청하자,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60)씨와 한혜경씨 모녀 등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그날로 바로 삼성전자 본관 앞 농성을 시작했다. 반올림이 삼성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농성에 나선 건 4년 만이다.
7일 조정위는 삼성이 1000억을 기부해 공익법인을 만들어 직업병 피해자 보상을 하도록 하는 지난 7월23일 조정권고안을 발표한 뒤 두달여 만에 처음 열렸다. 그러나 이미 공익법인 설립을 거절하고 지난 9월 독자적인 보상위를 꾸린 삼성은 다음 조정 기일을 정하자는 조정위의 제안에 보류를 요청했다. 또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삼성 관계자는 “(보상위에서) 기준과 원칙이 정해지면 당사자와 개별적으로 만나 합의 절차를 갖겠다”며 ‘개별 합의’의 뜻을 밝혔다. 보상위의 성격에 대해서도 ‘독립기구’라는 삼성과 ‘내부 자문기구’라는 가대위 대리인 박상훈 변호사(보상위원)의 말이 엇갈렸다. 황상기씨는 “삼성이 만든 보상위의 기준이 공정하리란 보장이 없고, 개별 보상은 삼성 직업병 문제의 사회적 해결과 배치된다”며 “재발방지와 사과가 빠진 보상위를 통한 개별 합의로 보상 문제만 끝내려 하고 사실상 조정위 제안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가대위가 신속한 보상을 위해 조정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고 삼성은 그에 대해 공감을 표현한 것”이라며 “보상위 신청자를 찾아가 보상 신청을 돕고, 결정된 보상액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해 당사자에게 찾아가서 확인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조정위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조정 보류를 요청했다”는 답 외에는 말을 아꼈다.
김민경 이정훈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