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민규(47·사진)씨가 자신의 대표작이자 데뷔작인 장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단편 ‘낮잠’의 표절 사실을 인정했다. 월간중앙 8월호에서 문학평론가 정문순·최강민씨가 표절 의혹을 제기하자 같은 잡지 9월호에 발표한 해명 글에서다.
박씨는 『삼미 슈퍼스타즈…』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실제 팬이 인터넷에 올린 ‘거꾸로 보는 한국 야구사’를 표절했고, ‘낮잠’은 오래 전에 읽은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과 객관적으로 비슷한 면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삼미 슈퍼스타즈…』에 대해 “스포츠 신문 기사와 실제 경험담, 내지는 여러 풍문이 바탕이 되었다… ‘거꾸로 보는 한국 야구사’의 부분부분이 제가 쓴 소설에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 “당시 저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간이었다”며 “출처를 기재하지 않은 것에 따른 윤리적 비난은 제가 평생 감내해야 할 인생의 빚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표절 예방을 위한 교육과 표절 사건을 처리할 조정기구의 설립을 제안했다.
2003년 출간된 『삼미 슈퍼스타즈…』는 만년 꼴지였던 프로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를 소재로 한 소설로 지금까지 15만 부 가량 팔렸다. 지금까지 문학계 내부에서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적은 없으나 인터넷에서는 소설 출간 직후부터 표절 시비가 있어 왔다.
박씨는 월간중앙 8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도 『삼미 슈퍼스타즈…』의 표절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역시 소설에 써먹은 인터넷 글 ‘프로야구 기명사전’을 “저작권이 있는 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낮잠’에 대해서는 치매의 걸려 고생한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쓴 작품으로 표절 논란이 일어 가슴 아프다고 했다. 그러나 냉정을 되찾고 검색을 해보니 읽은 기억이 난다며 이번에 유사성을 인정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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