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세상이 왔으니 여러분이 예쁜 마음으로 좋은나라, 평화의 나라 만들어 주세요"

손자ㆍ손녀뻘인 어린 학생들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담담히 말했다. 객석에서는 조용히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5일 경기도 의정부시 옛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에서 의정부지역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길원옥 할머니와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상임대표가 출현해 이야기를 나눴다.

행사에는 의정부교육희망네트워크의 '평화나비학교' 학생 등 의정부 지역 학생과 시민 250여명이 참석했다.

13살에 어머니와 헤어져 이후 만나지 못한 길 할머니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길 할머니는 "70년 동안 보지 못해 어머니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음식 솜씨는 기억이 난다"며 "모진 세월 혼자 견디다 보니 어머니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 불효자가 됐다"고 담담하게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또 "우리 시절에는 고초를 겪지 않고 살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좋은 세상이 왔으니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참석 학생에게 당부했다.

함께 참여한 한 학생은 "할머니가 수요집회에서 아직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독립이 오지 않았다고 말씀하신 게 생각난다"며 "빨리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 할머니도 진정한 독립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날 행사는 의정부 지역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을 하는 의정부평화비건립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열렸다.

의정부평화비추진위는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의정부에도 세우고 군사도시인 의정부를 평화도시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지역 시민들이 모여 지난 7월 발족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의정부평화비 건립 기금 선포식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