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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곽진석 교수가 펴낸 '시베리아 만주-퉁구스족 신화'

인간이 된 곰과 호랑이 … 낯익은 동토의 神話

러시아어 자료 직접 참조해 시베리아 신화·설화 소개

한반도 상고대 문화와 밀접한 종족의 이야기 위주로 묶어내

동물 상징 우리네 신화와 유사

  •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2009-07-30 22:58:30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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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곽진석(51·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시베리아 만주-퉁구스족 신화'(제이앤씨)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저자가 대학에 부임하려고 할 때 (스승인) 김열규 선생님께서 반쯤은 농담으로, 반쯤은 진담으로 "시베리아 신화나 샤머니즘 자료를 러시아어로 읽을 수 있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건 농담도 아니고 우스개도 아니었다. 그건 우리의 신화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해주는 학문적 예지였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시베리아 신화·설화·문화에 대한 학계와 대중의 관심이 최근까지 차츰 높아져왔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베리아의 신화와 문화 자체가 갖는 신비함에 따른 것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한민족의 원형을 추적해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결국 북방의 시베리아 원주민 문화와 샤머니즘을 만나지 않을 수 없다는 학문적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시베리아 만주-퉁구스족 신화'는 2000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으로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 지부 고고·민족학연구소에서 1년 동안 연구했던 곽 교수가 러시아어로 쓰인 현지 자료를 저본으로 삼아 시베리아 신화를 소개한 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곽 교수는 "시베리아의 신화는 매우 광범위해 시베리아의 종족 가운데서도 상고대 한반도 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만주-퉁구스족의 신화를 선별해서 먼저 출판한다"고 밝혔다. 만주-퉁구스족 계열 종족은 오로치족 울치족 우데게족 나나이족 에벤크족 에벤족 등이다. 국내에도 소개된 샤머니즘 연구의 명저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샤머니즘'이나 시베리아 여행기 등을 통해 이미 접해본 이름도 있을 것이다. 

시베리아 신화들에는 유독 곰, 호랑이, 사슴, 까마귀 등의 동물 상징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들은 시베리아 종족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끊임없이 '변신'하는 것이 특징이다. 샤먼이 자신의 머리를 탁 치면 순식간에 곤들매기로 변해 강을 헤엄쳐 올라가고, 곰과 사람이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암곰으로 변신한 누이동생을 실수로 쏴죽인 오라버니는 그 후 곰축제를 시작하는 식이다. 오로치족 신화와 울치족 신화 등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세 개의 태양' 신화는 중국의 천지창조 신화와 흡사하다. 천지가 창조됐을 즈음 하늘에 태양 세 개가 비쳤다. 땅은 들끓고 붙탔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는데 하다우라는 사람만 남았다. 하다우는 활을 쏘아 자신의 누나인 태양과 누이동생인 태양을 각각 없애버리고 가운데 있던 태양 하나만 남겼다. 그 뒤 하다우는 일곱마리 까마귀와 일곱마리 독수리를 만들어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했다는 내용이다.

   
동토의 땅인 시베리아의 신화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곰과 호랑이 상징은 어떻게 한민족의 중심 신화가 되었을까? 사람이 산짐승으로, 산짐승이 사람으로 수시로 변신하는 것은 어떤 상징을 담고 있는 코드일까? 한민족 신화의 원형으로서 시베리아 신화를 읽어가는 것도 흥미로울 법하다. 곽 교수는 "시베리아 신화의 중요성에 비하여 학계에서 그에 대한 소개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설령 이뤄졌다 하더라도 러시아어로 쓰인 것이 아니라 영어나 독어 등으로 번역된 자료가 많았다"고 이 책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곽 교수는 그의 스승인 석학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와 함께 한민족과 돈의 관계와 풍경을 그려낸 '한국인의 돈'(이숲)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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