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정부, 아베담화 대응 고심…"행동이 중요" 윤병세 언급 주목
한일관계 개선위해 '아쉬움 지적'속 미래방점 가능성 관측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김효정 기자 = 정부가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아베담화)에 대한 대응 방향과 수위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우리 시간으로 오후 6시 담화를 발표했지만,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밤늦게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담화 내용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나 평가는 조만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밤 주요 당국자들과 대응방향을 놓고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신중한 대응은 향후 대일기조를 어떻게 잡을지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는 지난 6월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을 통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 양국 정상의 50주년 기념행사 교차 참석 등을 통해 대화 분위기의 물꼬를 틔운 상황에서 아베 담화가 중대 분수령으로 인식돼 왔다.
문제는 아베담화가 일반 여론의 기대수준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했다는 점이다.
과거 침략과 식민지배를 거론하면서도 일본 제국주의라는 주체를 명시하는 것을 회피했고, 사죄와 반성도 아베 총리가 직접 재확인한 것이 아닌 '과거형'에 그쳤다.
정부는 아베 담화에 대한 여론의 평가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식입장을 내놓지 못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의미는 있지만 아쉽다는 반응을 내놨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진정어린 반성과 사죄가 없다면서 "책임회피", "매우 실망스럽다" 등으로 비판의 강도가 높았다.
그러나 정부가 아쉬움 속에서도 미래를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고 있지만 아베담화에 매몰되면 현재의 경색된 한일관계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임기 반환점에 접어드는 현 정부가 시간이 갈수록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고,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치열한 외교전속에서 더 이상의 한일관계 경색은 외교적 고립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중일간 급속한 관계개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미일 삼각공조에 공을 들이는 미국 역시 한일관계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담화 발표를 전후로 한일 외교 당국 간의 접촉이 향후 양국관계 향배와 관련해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담화 발표 전에 일본측이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 담화 문안을 사전에 전달하고, 담화 발표 후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윤병세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아베 총리가 담화에서 언급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는 아베담화에 대한 한국측의 긍정적 평가를 기대하며 한일관계를 잘해나가자는 외교적 제스처로 풀이된다.
기시다 외상의 언급에 윤병세 외교장관의 반응도 눈길을 끈다.
윤 장관은 "기시다 외무상의 설명 내용과 함께 (아베 총리의) 담화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우리 입장을 곧 밝힐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 장관의 언급은 일본이 앞으로 행동으로 아베담화 내용을 옮기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이 같은 입장이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공식 입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15일 광복 70주년 경축사에도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lkw777@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8/14 21:50 송고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