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원폭 70주년 맞아 비판 사설

【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미국이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하기 30분 전 일본 군부는 항복문서를 협의하고 있었다."

뉴욕 타임스가 역사 속에 숨겨진 나가사키 원폭 투하의 비화를 공개하며 이를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뉴욕 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잊혀진 도시 나가사키(Nagasaki, the Forgotten City)' 제하의 사설에서 "히로시마 원폭 이후 사흘 뒤에 투하된 나가사키 원폭은 이미 일본이 항복문서를 조율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이 언론 통제로 원폭의 피해를 고의로 숨겼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타임스는 "많은 미국인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두 개의 폭탄이 일본의 항복을 이끌었다는 정부의 주장을 믿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항복은 소련이 선전포고를 하는 것으로 이미 예견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나가사키 폭탄 투하 30분 전 일본의 최고군사회의는 항복문서의 문구를 논의하고 있었다. 스탈린의 선전포고는 좀더 우호적인 내용을 소련으로부터 얻으려는 마지막 희망을 끝내게 했다"고 덧붙였다.

타임스는 "미국인들에게 나가사키는 처음부터 히로시마에 가려 있었다"면서 히로시마 원폭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반면 나가사키 원폭은 소련의 참전으로 적게 다뤄졌고, 8월9일 트루먼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전후 유럽의 정치·경제적 재건 계획을 밝히면서 히로시마 원폭을 한 차례 언급했지만 나가사키에 대해선 말하지 않은 사실을 적시했다.

당시 나가사키엔 단지 150명의 군대 관계자들만 있었고 절대 다수의 희생자가 민간인이라는 사실도 상기시켰다.

"원폭 투하로 7만4000명이 즉사했거나 5개월 안에 사망했다. 7만5000명이 부상했고 이후 수십년 간 원폭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죽어간 사람들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다. 피폭자(hibakusha)들로 알려진 생존자들은 질병과 죽음의 두려움 속에 끊임없이 살아간다."

타임스는 미국이 이 같은 이야기의 일부를 숨겼다고 폭로했다. 1945년 가을 미국의 고위 관리들은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들에 관한 보고서를 부인했다. 이후 수년 간 당국은 뉴스와 사진들, 과학적 연구와 사람들의 증언을 통제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지도자들은 '원폭이 전쟁을 끝나게 했으며 일본의 공격을 막아 100만 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논리를 세웠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나가사키는 16세기 후반 무역의 중심지로 일본이 1630년부터 1850년까지 기독교 금지 등 외부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 문호를 닫았을 때도 제한적 무역을 한 유일한 도시였다. 일본이 서구와의 교류를 재개한 후 세계 3위의 조선도시로 번창했고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가톨릭교회의 본향이었으며 1945년 원폭으로 약 1만 명의 가톨릭교인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문은 "당시 16세로 끔찍한 부상을 당한 다니구치 스미테루 등 생존자들이 원폭 피해에 관한 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일본을 희생자로 보이게 하거나 진주만 공습과 고통받고 죽어간 아시아 시민들을 최소화하려는 게 아니라 핵전쟁의 현실을 알리고 지구촌의 핵무기들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2만 명 이상의 조선인들이 있었고 대다수가 일본 정부에 의해 제대로 치료 및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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