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금괴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일본인을 속인 뒤 금괴값으로 6억여원을 받아 달아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윤모(52)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윤씨는 지난 1월29일 일본인 A(48)씨에게 금괴 17㎏을 판매하는 조건으로 금괴 대금 7000만엔(한화 약 6억4000여만원)을 송금받은 뒤 금괴를 건네지 않고 잠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일본에서 오래 거주한 윤씨는 주변에서 습득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지인들에게 금괴에 정통한 인물로 소문이 났다. 이를 바탕으로 범행을 기획한 윤씨는 지난해 3월 국내에 무역회사 법인을 설립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지인들에게 금괴를 저렴하게 판다고 알렸다.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같은 해 7월24일 한국을 찾았다. 윤씨는 A씨와 함께 광명시의 한 은행을 찾아 은행소유 금괴 3㎏을 자신의 것인 양 보여준 뒤 1500만엔(한화 약 1억3000여만원)을 받고 금괴를 현장에서 배송했다. 실제로는 은행의 금괴를 위탁받아 판매한 것으로 범행을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금괴 3㎏을 정상 거래해 신뢰를 쌓은 윤씨는 A씨에게 금괴 17㎏를 저렴하게 판매하겠다고 알렸다. A씨는 지난 1월29일 다시 한국을 찾아 금괴 대금 7000만엔을 건넸지만 금괴를 받지 못했다. 윤씨는 배송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금괴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 잠적했다.
지난달 13일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피해 금액이 많고 피해 대상이 외국인인 점, 동종 수법의 범행 2건이 다른 경찰서에 접수된 점 등을 고려해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범행이 이뤄졌던 은행으로부터 "윤씨가 은행 소유의 금괴를 판매해주겠다며 일본인 여러 명을 데리고 왔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윤씨를 추적, 지난달 26일 검거했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금괴 대금 중 3억원을 투자해 30억원을 받기로 했다. 돈을 불린 뒤 A씨에게 금괴를 전달하려고 했고 A씨도 이를 알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금괴 대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모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3억원을 불려 피해자에게 금괴를 전달하려 했다는 것은 허황된 주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