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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사키 초기교회 세계유산 등재신청
(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일본이 내년 터키에서 열릴 제40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는 '나가사키 지역 교회와 기독교 관련 유적'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신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조선말~식민강점기 한옥교회를 묶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려는 우리측 움직임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네스코는 성격이 비슷한 유산을 좀처럼 같은 세계유산으로 중복 등재는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제39차 회의를 개최 중인 세계유산위원회에 따르면 일본은 16세기 중반 기독교가 일본 열도에 처음 도래한 이래, 특히 에도시대에는 유일한 서양과의 교섭창구였던 규슈 나가사키 일대에 남은 초기 교회 관련 유적 13건을 한데 묶어 'Churches and Christian Sites in Nagasaki'라는 이름으로 내년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이를 앞두고 등재 추진 홍보사업 일환으로 일본 측에서는 이번 세계유산위가 열리는 월드컨퍼런스센터 현장에 영문으로 작성한 관련 홍보물과 영상물을 무료로 비치했다.
13개 초기 기독교 유적은 구체적으로 ▲ 오우라천주당(大浦天主堂)과 관련시설 ▲ 시쓰교회당(出津敎會堂)과 관련시설 ▲ 오노교회당(大野敎會堂) ▲ 히노에죠성(日野江城) 유적 ▲ 하라죠아토(原城跡) ▲ 구로시마천주당(黑島天主堂) ▲ 다비라천주당(田平天主堂) ▲ 히라도성지(平戶聖地)와 마을 ▲ 노자키시마(野崎島)의 노쿠비(野首)·후나모리 마을 유적(舟森集落跡) ▲ 가시라가시마 천주당(頭ヶ島天主堂) ▲ 구 고린교회당(舊五輪敎會堂) ▲ 에가미천주당(江上天主堂) ▲ 아마쿠사(天草)의 사키쓰(崎津) 마을로 구성된다.
이들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일본은 2007년 11월12일 추진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한 이래 본격적인 준비활동을 벌였다.
이를 주도하는 나사사키현에서는 이들 유적이 기독교가 처음 소개된 이래 "450년에 달하는 일본과 서양의 가치관 교류에서 생겨난 일본에서의 기독교 전파와 침투 프로세스를 보여준다"는 점을 이유를 내세웠다.
이와 같은 일본측의 움직임은 비슷한 논리 혹은 가치를 내세워 한옥교회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려는 우리 측 움직임에 일정한 타격을 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인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일본이 치고 나가는 바람에 우리로서는 골치 아파졌다"면서 "일본이 등재를 추진하는 나가사키 지역 초기교회와 우리의 한옥교회가 다른 점이 많다고 해도, 우리가 취할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성격이 비슷한 유산을, 더구나 인접한 동아시아 지역 초기 교회를 유네스코가 각각의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로서는 2009년, 세계유산 잠정목록 재검토 용역을 하면서 향후 가능성 있는 유산으로 강화의 강화성당과 익산의 나바위성당, 진천성당, 고양 행주성당, 안성 구포동성당, 청주 성공회성당, 정읍 천주교신성공소(新成公所), 원주 대안리공소, 서산 상홍리공소를 비롯한 한옥교회를 이미 지목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을 준다.
이들 한옥교회는 천주교가 한반도에 상륙한 조선시대 말기 이래 일제 식민강점기에 이르는 기간에 세워졌으며, 동서 문화를 융합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문화유산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들 교회는 대부분 서양 선교사 지도로 한국인 전통 목수가 지은 것들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이런 움직임은 이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기독교가 크게는 천주교, 개신교로 양분된 데다 개신교계에서는 교파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더구나 전국 각지에 흩어져 등재 움직임을 주도할 만한 지방자치단체나 교계 조직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한 세계유산 전문가는 "문화재청의 고질적인 떠넘기기 행정의 보기"라면서 "문화재청은 비단 세계유산 정책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재 정책에서도 툭하면 지자체가 나서지 않는다, 관련 단체가 미온적이다 하는 이유를 들어 소극적인 행정을 펴기 일쑤였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한옥교회 등재 움직임도 처음에는 반짝했다가 이내 시들어버린 이유가 중앙정부부처인 문화재청이 지자체와 교계 핑계를 대고 뒤로 물러났기 때문이었다"면서 "문화재청이 의지만 있다면 한옥교회 등재 추진을 하지 못했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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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7/02 07:1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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