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추모 ‘평화의 소녀상’… 쉴 곳 못찾아 건립 불투명
전국 2015/06/30 11:16 입력

100%x200

충북여성단체협의회가 건립을 추진 중인 위안부 추모 ´평화의 기도 소녀상´. 아직 건립 장소를 찾지 못해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다.© News1



(세종ㆍ충북=뉴스1) 송근섭 기자 = “평생 고통받고 사신 분들이 여전히 외면 받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추진 중인 소녀상 건립이 지자체로부터 설치 장소를 허가받지 못해 무산될 상황에 놓였다.

청주시는 관련 규정에 어긋나고 인근 상인들이 반발한다며 소녀상 설치 장소를 제공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30일 충북여성단체협의회(회장 남기예) 등에 따르면 이 단체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과 여성인권 문제를 알리기 위해 ‘평화의 기도 소녀상’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4일 청주 선프라자에서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행사를 개최했고, 이후 회원들로부터 자발적인 모금을 받아 약 3000여만원의 기금을 모았다.

소녀상 제작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어 설치장소만 정해지면 7월 중순에는 제막식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단체와 별개로 문화사랑모임·광복회 등 2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시민추진위원회’도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며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추진위원회는 모금 목표액 6000만원 중 약 1000만원 정도를 회원들로부터 모금했으며, 3000만원 이상 모금액이 적립되면 광복절 제막식을 목표로 소녀상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후손에게 역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겠다는 좋은 취지가 행정의 벽에 부딪혀 무산될 위기다.

지자체로부터 소녀상 설치 장소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관련 규정에 어긋난다”거나 “인근 상인·주민들의 반대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장소로 청주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상당공원·중앙공원 등을 희망했다.

하지만 청주시 담당부서는 현행법에 어긋난다며 사실상 불허 통보를 해왔다.

청주시 공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상 공원에는 원칙적으로 조형물 건립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당공원의 경우 4·19 혁명 기념비 등이 설치된 것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을 찾아봐야 하지만, 소녀상 건립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청주시의 완고한 태도에 시민단체가 다음으로 지목한 설치장소는 ‘청주 청소년광장’과 ‘차없는거리’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를 희망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청주시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소년광장을 관리하는 청주시 체육교육과 관계자는 “다른 부서에서 협조요청이 와서 내부적으로 검토를 했는데 청소년의 여가활동을 위한 장소에 이런 것(소녀상)을 꼭 설치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조형물 관리문제도 있고 해서 소녀상 설치 장소로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검토 의견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주시 상당구청 건설교통과 관계자도 “차없는 거리는 도로에 속하기 때문에 영구시설물 설치 자체가 규정에 어긋난다”며 “도로 점용허가를 내줘야 하는데, 무슨 근거로 해주느냐”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인근 상인들도 그런 것(소녀상)을 거리에 가져다 놓으면 좋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청주시 관련 부서마다 설치장소 제공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서 광복70주년을 맞아 추진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소녀상 건립사업을 추진한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남기예 충북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평생을 고통받으신 분들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외면받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하루빨리 이 분들을 기리고 쉬실 수 있는 장소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지성 시민추진위 공동대표도 “좋은 취지로 추진하는 일이 여러 가지 벽에 부딪히는 것 같아 아쉽다”며 “사람들이 찾지 않는 외딴 곳이 아니라, 많은 주민들이 그 분들을 기릴 수 있는 장소를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songks85@



뉴스&핫이슈! 디오데오(www.diodeo.com)
Copyrightⓒ 디오데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00%x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