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장관 21일 방일 의미와 전망은

경색된 양국관계 개선 주목… '위안부' 획기적 대타협 없을 듯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21, 22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경색국면이 계속돼 온 한·일 관계는 중대 기로에 직면했다. 한·일 양국은 2011년 12월 당시 일본 교토(京都)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위안부 담판이 결렬된 뒤 갈등 양상이 증폭돼 왔다. 이후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日王) 사죄요구 발언(2012년 8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정권 출범(2012년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2013년 12월)→ 일본 정부의 고노(河野)담화(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인정 담화) 검정 결과 발표(지난해 6월)가 이어지며 양국 관계는 급랭했다. 윤 장관은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그 직전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자 방일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윤병세 외교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014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만나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 주요 현안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런 점에서 2011년 5월 이후 4년1개월 만에 이뤄지는 우리 외교 수장의 방일은 일단 양국 관계 진전의 긍정적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17일 윤 장관의 방일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올해를 양국이 새로 출발하는 원년으로 삼길 원한다고 말씀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윤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1일 외교장관 회담에 8차례 걸쳐 국장급 협의를 진행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양국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을 할 전망이다. 조선인 강제노동(징용)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에 대한 입장 조율을 하며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22일)을 맞아 한국 외교 수장으로는 4년 1개월 만에 일본을 공식 방문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다고 17일 외교부가 발표했다. 윤 장관이 지난 11일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인 독일 등을 방문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다만 윤 장관의 방일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획기적 대타협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핵심 쟁점 타결은 여전히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양기호 교수(일어일본학과)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 단추를 끼우는 의미가 있으나 일본의 대한(對韓) 강경 분위기로 볼 때 우리 측이 과잉기대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피해자가 납득할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국내 관련 단체의 입장도 중요하다.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은 박 대통령의 최종 단계(final stage) 발언 후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책임 인정과 공식사죄 ▲법적 배상 ▲교과서 기록 ▲재발 방지 약속 등을 다시 강조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현재 일본 측이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像) 철거 문제가 공론화할 경우 한·일 관계의 핵폭탄급 뇌관이 될 전망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22일)을 맞아 한국 외교 수장으로는 4년1개월 만에 일본을 공식 방문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다고 17일 외교부가 발표했다. 윤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 원자력협정에 공식 서명하는 등 1주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윤 장관은 미국 방문 전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인 독일, 부의장국인 크로아티아도 찾았다.
인천공항=연합뉴스

한편 22일 오후 서울(주한 일본대사관 주최)과 도쿄(주일 한국대사관 주최)에서 각각 열리는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축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의 축하 메시지 전달은 상대측 주최 행사에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인사가 대독(代讀)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청중·염유섭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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