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질환 등 중증환자 아니면
증상 약하거나 아예 없을것
병원-보건당국 협력 관건”

CDC 한국 여행 등급 유지
中·日과 같은 ‘주의 1단계’

미국의 방역 및 면역학 전문가는 한국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패닉’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발병 확산이 조만간 진정되리라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8일 대니얼 루시(사진) 조지타운대 미생물·면역학 교수는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기고문에서 “한국에서 메르스 발병이 확산되고 있지만 머지않아 상황은 진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고문에서 “폐질환을 비롯해 몇 가지 종류의 질병을 앓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면, 메르스 증상은 대부분 약하거나 증상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망 근거로 루시 교수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그는 “메르스 바이러스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의 먼 친척뻘이지만 사스나 독감 바이러스보다 오히려 전염력은 훨씬 약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루시 교수는 “한국에서 메르스는 병원을 통해서 감염이 확산됐는데 적어도 6개 국가에서 병원 통제로 감염 확산을 막자 상황이 바로 개선됐다”며 “일부 환자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감염자가 약한 증세를 보이고 있고 심지어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적어도 2명의 한국인 환자로부터 얻어진 메르스 바이러스를 보면 변형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루시 교수는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외래진료를 담당하는 병원 조직과 공중보건 관계자들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 당국의 메르스 발병 상황에 대한 투명성과 방역 조치를 받는 개인들의 정직성 등 협력조치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한국의 메르스 발병과 관련해 3단계 건강 관련 공지 중 가장 낮은 등급인 통상적 수준의 ‘주의’를 유지했다. CDC는 “미국인들이 메르스 바이러스 때문에 한국 또는 다른 나라의 여행 계획을 변경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DC의 주의 국가 목록에는 일본(수족구병), 중국(조류인플루엔자(AI)), 독일(홍역) 등도 올라와 있다. CDC는 ‘경보’ 발령 국가에 소아마비가 발병한 소말리아를, 가장 강한 단계인 ‘경고’ 국가로는 최근 지진 참사를 겪은 네팔을 지정하고 있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