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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분기 성장률, 일본에 뒤져…저성장 고착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올해 1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엔화 약세에 힘입어 한국을 뛰어넘었다.
성장 궤도에 진입하려는 일본과 달리 수출 엔진이 식어가는 한국은 저성장 심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8일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 확정치는 1.0%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분기(1.2%)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다. 연율 환산으로는 3.9% 성장이며 지난해 1분기 대비로는 2.40% 증가했다.
일본 경제는 작년 4월 소비세 인상(5%→8%) 이후 소비 부진과 성장률 하락 등에 신음했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가 일본 경제의 회복세를 이끌었다.
세계 경제대국들이 주도하는 '환율전쟁'에서 지금까지 성적을 보면 양적완화를 무기로 내세운 일본이 승자로 꼽힌다.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2013년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30% 가까이 떨어졌다.
엔저는 일본의 수출 호조를 이끌었고 결국 경기 회복의 결실을 봤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세계 주요국들의 수출이 마이너스지만, 일본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엔저 덕분"이라며 "엔화 약세로 대기업 중심으로 수익이 늘었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덕분에 가격에 더해 일본 제품의 경쟁력까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가 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과는 달리 한국은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의 1분기 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8%로 나타나 일본 성장률보다 0.2%포인트 낮았다.
성장률이 일본에 역전된 것은 물론 4개 분기째 0%대의 저성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국 수출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의 월간 수출액은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 감소율(10.9%·작년 동기 대비)은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근 6년 만에 최대치를 보여 우려감을 더했다.
자동차·철강 등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내 산업이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높인 일본 기업에 밀리면서 한국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엔화 약세에 따른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저하에 더해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진도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세계 경제 성장세가 좋지 못한 가운데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가 문제"라며 "한국은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큰 데, 중국 경제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에 더해 중국 성장 전략의 변화도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중국의 성장 전략이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뀌었고 가공무역을 줄이고 스스로 만들어 수출하는 비중을 늘리면서 한국의 수출도 타격을 받았다.
문제는 낙관적인 전망이 늘어가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의 2분기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는 데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등 23개 금융기관이 제시한 일본 국내총생산(GDP) 2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연율 환산) 전망치는 연초 1.55%에서 이날 현재 2.10%로 상승했다.
반면 한국의 2분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전망치는 연초 3.60%에서 이날 2.90%까지 미끄러졌다.
구조개혁 지연으로 한국 경제의 상황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는 일본과 역전될 수 있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국무총리 직무대행)의 경고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수출 부진에 더해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살아나지 않은 내수도 문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후폭풍으로 소비 부진도 더 심해질 전망이다.
메르스 사태와 엔저 등에 따라 내수·수출의 동반 침체 우려가 나오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준협 실장은 "내수가 부진한데다 수출까지 살아나지 않아서 문제"라며 "추경을 포함한 재정 확대를 하지 않는 한 경기 회복은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kong7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6/08 11:1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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