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미국 횡단 … 위안부 실상 널리 알려야죠

자전거로 미국 횡단 … 위안부 실상 널리 알려야죠

[중앙일보] 입력 2015.06.08 00:46 / 수정 2015.06.08 00:47

20대 3명의 ‘3A-프로젝트’
‘범죄 인정-사과-동행’이 목표
독도경비대 두 청년 의기투합
듀크대 졸업 여학생, 홍보 도와
한인단체·학생들과 연대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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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A-프로젝트’는 만 스물둘 동갑내기 셋이 기획했다. 미국 집회에서 할 플래시몹, 초청공연도 준비했다. 프로젝트를 후원할 이도 찾고 있다. 왼쪽부터 김예훈, 백덕열, 심용석씨. [사진 김예훈]

윌리엄 마로티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역사학)는 최근 이런 e메일을 받았다. “저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LA에서 뉴욕까지 자전거로 횡단하려는 두 한국 학생과 일하고 있습니다. LA 일본 영사관 앞 시위를 계획중인데 관심 있을 만한 이들에 대한 연락처를 받을 수 있을까요.”

 메일을 쓴 이는 김예훈(22·여·듀크대 생명공학과 졸업)씨. 미국 역사학자들과 한인 단체들도 그의 메일을 받았다. “젊은 애들이 무모하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하지만 민족주의적 내용은 가급적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을 알리려 한다고 하니 환영하는 분이 더 많았습니다.”

 이름하여 ‘3A-프로젝트’다. 심용석(22·인천대 중어중국학과), 백덕열(22·경희대 체육학과)씨가 6월20일부터 9월8일까지 80일간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며 위안부 문제를 알린다. 6000㎞를 달리는 강행군이다. 가는 곳마다 미국 시민을 상대로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일본 대사관 등에서 집회를 연다. 결국 “꿈쩍않는 일본을 변하게 만들려면 피해국이 아닌 나라 국민들의 압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프로젝트명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저지른 범죄를 인정(Admit)하고, 사과(Apologize)하게 하고, 피해자들의 혼과 마음을 안고 동행(Accompany)하자는 목표에서 땄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이런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그 뿌리엔 ‘독도경비대’ 가 있다고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박종오 선수가 독도 세리머니로 메달을 박탈당할 뻔한 걸 보고 독도경비대에 지원했거든요. 18대 1의 경쟁을 뚫었죠. 독도에 있으니 자주 같이 언급되는 위안부 문제에도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어요.”(백덕열)

 “마침 군에 입대해야할 때 독도 이슈가 많이 터졌어요. 꼭 독도에서 복무하고 싶더라고요. 매일 운동하고 면접 준비도 열심히 해서 들어갔죠. 위안부 문제도 관심있게 보게됐는데, 우연히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소녀이야기’를 보고 그 처참함에 충격을 받았어요.”(심용석)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활동을 하기로 한 두 사람에게 또 다른 독도경비대 동기가 김씨를 소개했다. 김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휴학하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봉사활동을 할 정도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컸다. 영어에 서툰 심씨와 백씨 대신 미국 시위 조직화를 맡았다.

 이들은 이귀녀 할머니를 찾아뵙고, 나눔의 집을 방문하고, 수요집회에 참석했다. 역사 공부에도 매진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여성을 강제로 데리고 온 건 민간업자들”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데 논리로 맞서야한다는 생각에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방미시 하버드대에서 다국적 학생들과 시위를 한 최미도(21)씨, 미국 글렌데일시 위안부의 날 문화 행사를 기획한 전혜연(42)씨와도 접촉중이다.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는 젊은이들의 연대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다. 주말마다 공항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미국행 왕복 비행기표는 끊었지만 집회 비용 등을 해결하지 못했다. 부모들은 안전이 걱정이다. 그러나 백씨는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왜 하필 자전거일까. 이들의 답변이다. “페달을 밟는 힘은 화석연료가 아닌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피에서 나오기에 우리의 열정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의 열정은 이제 폭발할 참이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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