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6개국 수학 교육과정 국제 비교 콘퍼런스’가 열린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수학 통곡의 벽’에 참가자들이 적어 놓은 메모지가 붙어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수학 고통 줄이자 ①
유럽·미국·일본과 비교해보니
배우는 항목 많고 진도 빨라
수업시수도 국제 평균 미달
암기·주입식 문제풀이로 변질
“교과 내용 대폭 줄여야” 지적
유럽·미국·일본과 비교해보니
배우는 항목 많고 진도 빨라
수업시수도 국제 평균 미달
암기·주입식 문제풀이로 변질
“교과 내용 대폭 줄여야” 지적
한국의 초등·중학생이 유럽·미국·일본 등에 견줘 수학을 적은 시간에 많이 배워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항목이라도 이들 나라보다 대체로 이른 시기에 배우고 있었다. 개념 이해가 중요한 수학 교육이 주입식·암기식 문제풀이로 변질되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줄이고 수학 교육을 정상화하려면 초·중·고 수학의 내용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사교육걱정)은 28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6개국 수학 교육과정 국제 비교 콘퍼런스’를 열어 미국·일본·싱가포르·영국·독일·핀란드와 한국의 초·중학교 수학 교육과정 및 교과서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교육걱정과 현직 수학 교사 33명이 2013년 11월부터 분석해온 결과다.
분석 결과를 보면, 초등학교 수학 항목 68개 가운데 한국이 6개국보다 빨리 배우는 항목은 평균 23.2개였다. 예컨대 ‘입체도형의 모양’을 한국은 초등 1학년 때 배우지만 독일은 2·3학년, 핀란드는 2학년 때 배우는데 이런 항목이 23개를 넘는다는 뜻이다. 특히 유럽의 영국, 독일, 핀란드보다 한국이 빨리 배우는 항목은 각각 38개, 30개, 24개나 됐다. 반면 6개국보다 늦게 배우는 항목은 평균 5.7개뿐이었다. 한국만 배우는 항목은 평균 6.7개다. 한국 초등학교에선 약분과 통분을 배우지만 미국 초등학생들은 배우지 않는다.
중학교 수학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나머지 5개국에 비해 배우는 시기가 이르고 양도 많았다. 중학교 수학 항목 60개 가운데 한국이 일찍 가르치거나, 한국에서만 가르치는 항목이 평균 17.5개로 29.2%에 이르렀다.
한국과 6개국 초등학교 수학 항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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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의 초·중 수학 수업시수는 국제 평균보다 낮았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교육)가 2014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전체 초등학교 수업에서 수학 시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오이시디 평균은 17%인데 한국은 14%였다. 한국 중학교의 수학 시수는 11%로 오이시디 평균 13%보다 2%포인트 낮았다.
최수일 사교육걱정 수학포럼 대표는 “한국은 가르치는 시간은 국제 표준에 못 미치면서 가르치는 내용은 많은 탓에 진도를 빨리 나가야 한다. 수학 교과 내용을 줄여 일방 강의식·주입식으로 진행되는 수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짚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