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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석유의 유혹…진짜팔면 ‘쪽박’ 가짜팔면 ‘대박’

뉴스원

입력 2014-06-11 11:25:00 수정 2014-06-11 16:52:26

한국주유소협회 소속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석유유통시장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이날 이들은 주유소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등 업계에 대한 과도한 규제 철폐를 촉구하고 한국석유공사를 통한 시장개입(알뜰주유소) 등 정부의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국내 석유유통정책 전반에 대한 정상화를 요구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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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로리 1대만 받으면 1000만원 떨어지는데 가짜 석유 유혹이 왜 없겠습니까?"

주유소업계의 항변이다. 주유소업계는 왜 가짜 석유를 취급할까. 불법인줄 알면서 굳이 가짜 석유를 취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이유는 높은 마진 때문이다. 가짜 석유를 취급하면 정품 석유를 취급했을 때 얻는 이익의 10배를 얻을 수 있다. 가짜 석유의 원가는 정품 석유보다 비싸다. 하지만 세금을 감안하면 가짜 석유를 취급할 때 얻을 수 있는 마진이 훨씬 크다.

단속에 걸려 과징금을 물어도 한달이면 과징금을 모두 뽑아낸다. 영업정지를 당해도 다른 주유소 이름을 빌려 몰래 영업하면 그만이다.

주유소 업계는 포화상태의 시장을 근본적인 이유로 꼽았다. 포화 상태 주유소 업계가 적정 마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마진이 높은 가짜 석유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가짜 석유 단속과 함께 시장 정화가 필요한 이유다.

◇가짜 석유도 원유에서..성분은 비슷

가짜 석유는 정유업체가 정식으로 유통시키지 않는 모든 유류 제품을 말한다. 원유를 증류해 만들어낸 것이 휘발유인 것처럼 가짜 석유의 원료인 솔벤트 톨루엔 등도 모두 원유에서 나왔다. 정유업체가 정식 루트를 통해 만든 것이냐 아니냐의 차이 뿐이다.

가짜 석유는 크게 네가지로 구분된다. △등급이 다른 석유를 섞는 제품(고급휘발유+보통휘발유, 경유+등유 등)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혼합(휘발유+신나 등) △석유화학제품 혼합(톨루엔 솔벤트 등) △ 석유제품과 탄소수소 함유 물질 혼합(휘발유+솔렉스) 등이다.

솔벤트 톨루엔 등을 섞은 가짜 휘발유가 가장 성행했으나 최근엔 가짜 경유가 판치고 있다. 경유와 등유를 섞은 가짜 경유는 한때 가짜경유가 아닌 저급 경유로 인정된 바 있다. 그러나 1998년 석유사업법 개정되면서 지금은 가짜 경유로 취급받는다.

근본적으로 가짜 석유나 정품 석유나 성분 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배합 비율이나 연료성능, 환경 오염물질 배출 등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무엇보다 세금의 부과 유무가 큰 차이다. 주유소 업주들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가짜 석유를 취급하는 유혹에 빠지는 것은 세금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다. 주간보고 의무화를 거부하는 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짜 석유 탱크로리 1대에 마진 최소 1000만원

주유소에 석유를 싣고 배달하는 탱크로리엔 약 3만리터의 액체가 들어간다. 3만리터의 정품 휘발유를 취급할 때 주유소 업주가 얻는 이윤은 150만원 수준이다.

정유업체가 제조하는 휘발유의 세전 원가는 리터당 846원 수준이다. 여기에 교통세 529원, 교육세 15%, 주행세 26%를 더하고 부가세를 더하면 원가만 1751원이 된다. 일반 주유소에 판매되는 평균 가격은 1875원(5월평균) 수준이다. 공급 가격대비 판매가는 리터당 123원 차이가 나지만 주유소 운영비, 인건비, 카드 수수료 등은 빼면 주유소 업주가 얻는 마진은 리터당 50원 꼴이다. 3만리터 탱크로리 1대를 입고한 뒤 모두 판매하면 약 150만원을 번다.

가짜 휘발유를 취급하면 어떨까. 솔벤트와 톨루엔 등 석유용제를 섞은 가짜 휘발유의 원가는 휘발유보다 비싸다. 솔벤트는 리터당 1500원선, 톨루엔은 1100원선에 거래된다. 메탄올은 이보다 싸지만 솔벤트 함유량이 높아야 정품과 구분이 어렵다.

솔벤트를 절반 섞은 가짜휘발유라면 원가는 리터당 약 1200~1300원선이 된다. 솔벤트나 톨루엔 등은 주로 페인트 제조 등에 쓰인다. 전량 면세로 세금을 낼 필요는 없다. 가짜 휘발유 제조를 위해 불법으로 거래한 제품은 부가세 신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 가짜 휘발유를 리터당 1800원에 팔면 리터당 500원을 남길 수 있다. 3만리터를 거래하면 1500만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

가짜 휘발유를 취급할 경우 얻는 이윤은 정품 취급과 비교해 10배 차이가 난다. 영업난에 시달리는 주유소 업주들이 가짜 휘발유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이유다. 등유를 이용해 만드는 가짜 경유도 세금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세후 마진은 톡톡히 챙길 수 있다.

◇과태료 1억원…한달이면 '벌금' 충당

가짜 석유를 단속하는 주체는 석유관리원이다. 석유관리원은 주민 신고를 비롯해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아 가짜 석유 취급 업소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더딘 행정처분과 단속의 한계가 있다.

가짜 석유를 단순 판매할 경우 3진 아웃제도로 처벌한다. 1회 단속에 걸리면 3개월, 2회 단속에서 또 걸리면 6개월 영업정지를 당한다. 3회 걸리면 영업취소 처분을 받아 2년간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하지 못한다. 과징금은 단속마다 1억원으로 지자체 판단에 따라 부과하게 된다.

여기에 숨겨진 '계산'이 있다. 단속에 걸리면 행정 처분인 영업정지를 당하기까지 약 1개월이 소요된다. 지자체 및 과징금 부과부처의 행정 처리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짜 휘발유를 취급하다 단속된 주유소는 행정처분을 받기전에 집중적(?)으로 가짜 석유를 팔아치운다. 평소 가격보다 더 싸게 가짜 석유를 판매하면 한달 사이에 과징금 1억원을 충분히 뽑을 수 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가짜 휘발유 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마진 차이가 커 이를 단속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행정처분의 시간 차이를 노리는 양체 영업은 단속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가짜 석유 취급 업소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적정 수준의 마진을 얻을 수 있도록 주유소 시장의 질서를 회복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알뜰주유소와 같이 정부가 직접 휘발유 가격을 억지로 내리고 주유소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론 시장을 더 꼬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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