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反日)하던 사람이 친일파가 됐다고 주변에서 그러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극우 정치인들에게 사과받을 건 받더라도 양국 간의 교류·협력은 이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7일 미국에서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우표〈사진 왼쪽〉를 발행한 백영현(72·오른쪽)씨는 '일본 전범기 퇴출 시민모임' 대표를 맡은 반일운동가다. 1990년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뉴저지주에서 위안부 기림비 설립을 주도했고, 지난 3월 일본 극우 단체가 뉴욕에서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비하하는 세미나를 열었을 때 시위에 나섰다. 그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우표를 내겠다고 하자 "일본의 과거사 왜곡으로 가뜩이나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태에서 괜히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백 대표는 "나보고 반일운동가라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했다. "내가 반대하는 일본은 과거사를 왜곡하는 극우 정치인이 이끄는 몰염치한 일본입니다. 일본 전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옛말에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를 놓고 싸우면서 극도로 관계가 나빠졌다"면서 "정부끼리는 싸우더라도 국민까지 감정적으로 대립해선 안 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고 말했다.

이번 우표는 한글판과 일본어판 2종으로 각 100장씩 제작됐다. 일본어판엔 외교적 관례에 따라 '日韓 国交正常化 50周年 記念'이라고 일본을 한국보다 앞세웠다. 그는 이 우표를 뉴저지주의 한국과 일본 출신 2세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평화와 우정을 위한 한·일 간의 편지 교환' 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미국에선 우정국의 승인을 받으면 누구나 우표를 만들어 팔 수 있다.

백 대표가 꿈꾸는 한·일 관계의 미래는 세계 평화에 앞장서는 동반자다. 그는 "1997년 서울에서 열린 프랑스 월드컵 예선 한·일전 때 한국 응원단이 내건 '함께 프랑스로 가자'는 플래카드가 기억난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사이좋게 손잡고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