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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언론, 미일 신밀월에 "아베의 승리" 평가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주요 언론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과 미일 양국의 신(新)밀월 흐름을 관심 있게 보도했다.
유럽의 통합 질서를 주도하는 독일은 일본과 같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자 패전국이지만 과거사를 철저하게 직시하고 반성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정반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달 일본 방문에서 독일의 경험을 전하는 방식으로 과거사 반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를 보는 시각은 시기적으로 미묘한 측면도 있다.
진보 성향의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29일(현지시간) '아시아 파트너십'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도쿄발 기사를 실었다.
SZ는 "일본은 전세계에서 여섯번째로 국방예산을 많이 쓰는 국가이고, 군대(자위대)는 최상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나라"라며 "아베 총리가 기꺼이 미국 편에 서서 더 중요한 군사적 역할을 도모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썼다.
또 두 국가의 새로운 방위협력지침과 관련해 아베 총리는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의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면서 "일본과 미국이 중국과 북한에 대한 억지력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풀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용의자였음에도 일본 정치의 주류로 자리한 기시 전 총리는 1960년 당시 많은 일본인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미일안보조약 비준을 강행하면서 큰 저항을 불렀다.
이에 따라 1960년 이후 일본에는 미군 4만7천명이 주둔하고, 이에 일본 지역민들의 반발이 뒤따랐다고 신문은 소개하기도 했다.
중도 보수 색채의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전날 미국과 일본 특파원이 공동 작성한 기사에서 "미국과 일본이 긴밀한 방위협력을 도모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이것은 아베의 승리"라고 해석했다.
FAZ는 "미일간 새로 합의된 방위지침은 그간 행동하는 평화주의를 주장해온 아베 총리의 노력이 이룬 성과 중 하나"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은 중국의 부상, 예측 불가능한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일본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전한 뒤 과거 냉전시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하며 '미국의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일본의 역할을 비유했던 사실도 소개했다.
그러나 신문은 "미국의 입장에서 더 중요한 주제는 태평양 연안 12개국과 함께 계획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며 아베 총리와 이와 관련한 합의는 미국 입장에선 절반의 성취와 다름 없다고 평가했다.
FAZ는 "언론보도를 분석해보면 현재 미국내 분위기는 미래보다 과거로 시선이 향한다"고 소개하면서도 "퓨 리서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민 61%는 일본이 이미 충분히 사죄했다거나, 사죄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했고 일본인 상대 조사에서도 63%가 사죄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공영 라디오 도이체벨레는 보수 성향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미국은 그동안 북한과 중국의 위협 증대 등에 맞물려 일본에 더 많은 역내 및 지구적 안보 역할 확대를 희망해 왔다면서 앞으로 양국간 안보협력의 증대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이 일본의 역할 확대를 기대하는 이면에는 중동, 유럽, 러시아 등 미국이 개입하고 있는 지역이 많은 점도 자리한다고 도이체벨레는 분석했다.
un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4/29 18:2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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