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핵심으로 자리잡으며 한국은 뒷전으로 밀려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아시아를 중시한다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중심은 일본이라는 점이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미 동맹은 미·일 동맹에 비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발표된 미·일 공동 비전 성명에서도 양국은 "미·일 양국이 굳건한 동맹 관계의 전세계 파트너으로 발전한 것은 '과거의 경험이 미래의 가능성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 따라 가능했다"고 밝혔다. 과거보다는 미래가 중요하다는 이러한 인식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 지배와 종군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갈등에서 일본을 편들어주는 듯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핵심이 된 일본의 활용도를 최대화하기 위해 한국도 어느 정도 양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아박을 한국에 가하는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 신형 대국관계 설정을 요구하며 아시아의 맹주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는데 있어 일본의 도움이 절실한 미국으로선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대립과 마찰이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었는데 한·일 양국 모두를 만족시킬 수단을 찾지 못하자 결국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미국의 일본 편들기는 지난 2월27일 한·중·일 3국 간 역사 문제를 둘러싼 대립에 대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이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의 적을 비난하면서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런 ‘도발적인 행동’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할 뿐이며 한국과 중국이 국내 정치에 과거사 도발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 발언하면서 이미 미국 내 기류가 변화했음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 포스트는 28일 '일본 지도자 방미는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로 나아갈 기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제국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민주사회로 변모했고 믿을 수 있는 미국의 동맹국이자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좋은 이웃이 됐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에서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29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앞두고 지금 미국에서는 역사 문제가 토론의 중심이 돼 있다면서 과거 아베의 행적에 비춰볼 때 이러한 논란이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2차대전 종전 후 70년 간 일본이 걸어온 행보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또 일본은 전후 독일처럼 외국 문제에 끼어드는 것에 신중했지만 이제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아시아의 민주국가들은 이를 환영해야 할 것이라면서 평화헌법을 수정하려는 아베 총리의 시도에 대해서도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국으로서는)이해할 수 없는 해석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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