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가 격상된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백악관 남쪽 뜰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오하요 고자이마스(안녕하세요)"라고 일본말로 말하면서, "미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아베 방문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자신이 여섯 살 때 일본에 갔던 이야기, 고향인 하와이의 일본계 미국인의 우수성 등을 언급했고, 가라테, 가라오케, 망가(만화), 아니메(만화영화), 에모지(이모티콘) 등 일본 문화를 열거하기도 했다. 일본 최대 휴일인 '골든위크'에 미국을 방문해준 것과 함께 미래를 향한 강한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면서 '요코소(환영)'라고 일본말로 환영 인사를 마무리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태평양전쟁에서 맞싸웠던 미군이 쏘는 19발의 예포, 미군 열병, 분열 등을 받으며 위상을 한껏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환대는 전날 아베 총리를 예정에 없이 링컨 기념관으로 안내할 때부터 예고됐다. 30분 이상 함께 승용차로 이동하면서 정상회담 전 '몸 풀기'를 마쳤다.

◇'변혁'하는 양국 관계

'미·일 공동 비전 성명'에는 미·일 관계가 과거보다 얼마나 진전했고, 앞으로 모든 글로벌 이슈에 대해 함께 일하겠다는 일종의 '다짐' 같은 문구가 많았다. 태평양전쟁을 치른 적국으로서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했다. 양국은 "과거의 적이 아시아와 전 세계의 공통 이해와 보편타당한 가치를 진전시키기 위해 함께 일하고, 부동(steadfast)의 동맹이 된 것이야말로 화해의 힘을 과시하는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양국 관계가 굳건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전환하기까지는 과거의 경험이 미래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믿음 속에서 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경제, 지역 번영, 평화와 안정의 이정표로서 흔들리지 않는 동맹의 닻을 내리고, 글로벌 협력의 플랫폼이 됐다"고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역사적 진전' '파트너십의 변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미·일 양국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통해 지금까지 세계와 지역의 미래를 위해 가깝게 일해왔다"면서 앞으로는 기후변화, 환경문제, 지속 가능한 글로벌 성장,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가난 박멸, 극단적 폭력주의 대항, 핵무기 없는 세상 만들기, 에볼라 같은 풍토병 해결, 공동의 우주 연구, 인권 향상, 여성 교육 증진, 유엔 평화 유지 강화 등에도 공동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미국은 "일본을 상임이사국에 포함하는 유엔 안보리 재편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미·일 방위지침 개정에 대해 미국은 "주일 미군의 안정적이고 장기적 주둔을 통해 글로벌 동맹과 일본 및 지역의 안보를 강화하겠다"고 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그동안 양국 간의 협상을 통해 주요한 진전을 이루었음을 환영하고, 광범위한 협력의 신속하고 성공적인 타결을 이뤄내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핵 공조 튼튼히

양국은 이날 '미·일 공동비전 성명'과 '핵확산 금지 조약(NPT)에 대한 공동성명' 두 가지를 냈다. 우선 NPT 성명에서 양국은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달성하도록 (미·일이) 외교적 절차에 관여하겠다"고 했다. 기존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양측은 "북한은 2005년 6자회담 당시 합의했던 내용을 지켜야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하고,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추가적 도발을 자제하고, 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하고, 핵확산 금지 의무를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 성명에서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70년을 맞아 핵무기가 불러오는 괴멸적이고 비인도적인 결과를 되새긴다"고 했다. 미·일 양국의 성명에 2차대전 당시 미군에 의한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 지역 원폭 투하 사실이 언급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언급은 안 했지만, 대처 방침 확실히

미·일 양국은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공동 대처 방침도 확실히 했다. 두 사람은 "힘과 강제에 의해 주권과 영토 통합에 대한 존중을 파괴하고,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국가 행동이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주권과 영토 통합 존중, 분쟁의 평화적 해결, 국제법에 따른 항해와 비행 자유 증진 등을 해결 원칙으로 제시한 것이다.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것을 두고 외교 소식통들은 "일본을 설득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