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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일본 언론의 ‘한국군 터키탕’, 괘씸하지만 반박이 어려운…

등록 :2015-04-24 21:12수정 :2015-04-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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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문춘’의 한국군 위안소 보도
“이 터키탕(Turkish Bath)은 한국군에 의한 한국 병사 전용의 위안소(welfare center)였다.”

지난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사이공 등 베트남 현지에서 옛 일본군 위안소와 흡사한 성매매 시설을 운영했을까? 이런 정황을 보여주는 기록을 미국 국립문서보관소(NARA)에서 찾아냈다는 소식이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돼 이목을 끌고 있다.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한국의 노력에 ‘물타기’를 시도하는 혐의가 짙은 보도이긴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관련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관련 보도를 내놓은 것은 일본 내 혐한 여론을 주도하는 주간지 <주간문춘>(슈칸분슌) 2일치 ‘봄 특대호’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이는 <도쿄방송>(TBS)의 워싱턴지국장 야마구치 노리유키로, 그는 이 기사를 작성한 이유에 대해 워싱턴에 부임하기 직전에 만난 한 지인으로부터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남베트남 각지에 위안소를 운영했다는 미확인 정보가 있다. 미국 정부 자료 등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게 가능해진다면,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이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민이 냉정함을 되찾게 돼 위안부 문제를 진지하게 마주하게 된다면 사태가 변할 수도 있다”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후 야마구치는 미국 전역의 국립문서보관소를 통해 베트남전 당시 백악관과 미 국무부의 외교문서는 물론 당시의 범죄와 재판 기록 등을 추적하게 된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통해 야마구치는 지난해 7월 사이공(현 호찌민시)에 주둔해 있던 미군사령부가 당시 주베트남 한국군 초대 사령관이었던 채명신 장군(재임 1965~1969년) 앞으로 보낸 서한을 찾아내게 된다. 문서에는 미군이 이를 작성한 정확한 날짜는 명기돼 있지 않지만, 야마구치는 주변 정황을 통해 볼 때 “1969년 1~4월께에 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사는 미군이 이 서한에서 한국군이 베트남 현지에서 미군의 군수물자를 대량으로 빼돌리는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런 일이 이뤄진 무대 가운데 하나로 당시 사이공 중심부에 있던 ‘한국군 전용 터키탕’을 언급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서한에는 미군이 이 터키탕에 대해 “매춘행위가 이뤄지고 있고, 베트남인 여성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과 “한국군 전용 위안소지만 미군 병사도 특별히 이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1회 이용 요금은 38달러”라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야마구치는 예전 사이공의 사정을 알고 있는 미 참전 군인들을 수소문해 사이공의 ‘터키탕’은 성매매 시설이고, “이런 매춘시설에서 일하던 여성들은 예외 없이 농촌 출신의 매우 어린 여성”들이었다는 증언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야마구치가 도달하는 결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내정과 외교의 툴(도구)이 아니라 진정 인권문제로 생각한다면, (중략) 한국인 위안부 여성들의 사례에서처럼 (이 사안에 대해서도) 솔선해 조사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에는 등을 돌리고 역사를 직시하지 않는 국가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괘씸하지만 반박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베트남 당국과 협의를 통해 지난 전쟁 당시 이뤄진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은 물론 이런 한국군 전용 위안소의 운영·관리에 군당국이 얼마나 개입됐는지 등을 따져 묻기 위한 조사와 후속 조처에 나서야 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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