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치밀하고 계획적인 과거사·영토 도발에 맞서 29일 내놓은 대응 전략은 ‘범정부적·범부처적 동시다발 대응’ 및 ‘역사 프레임 접근을 통한 국제공조 강화’다.

외교부·교육부·여성가족부·문화체육관광부 등 범부처가 공조해 세부적인 대응 방안 만들기에 나서는 한편으로 비교적 긴 호흡을 갖고 중국·동남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국가까지 아울러 국제적 어젠다를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일제 침략이란 뼈아픈 경험을 가진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과의 일본 만행·침략사에 대한 공동 역사연구 등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의 역사인식 전체를 문제 삼아 ‘인권유린으로 점철된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 또다시 전쟁을 할 수도 있다’는 어젠다를 설정하겠다는 의미다.

일본 제국주의 침탈의 최대 피해자인 한·중 간 공동대응이 가시화할지가 당장 관심사다. 역사 프레임은 미국을 끌어들이기에도 유리하다. 미국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역사도발이 잇따르자 미국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개적인 실망감을 표명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다. 정부가 한·중전략대화 채널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평화구상의 핵심인 한·미·중 전략대화의 조기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를 무대로 펼쳐지는 ‘일본고립화’ 작전의 전개과정이 주목된다.

‘역사 공조프레임’ 전략의 핵심 축은 일제침략사 국제공동연구다. 정부가 일본 교과서의 독도영유권 해설지침에 상응하는 맞불카드 성격이 강하다. 기존의 영토주권 수호라는 확고한 원칙에 더해졌다. 우선 독도가 일본 제국주의 영토침탈의 첫 희생물이라는 역사를 재확인함으로써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논리와 근거를 깨뜨리는 효과가 크다. 영토문제로만 접근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불필요한 분쟁지역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영토문제로만 부각되면 누가 옳다는 걸 제3자가 이해하기도 어렵다”며 “독도문제가 일본의 침탈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게 국제사회에서 보다 설득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해 허위주장을 하고 있을 뿐 한·일 간에 독도를 둘러싼 영토 갈등이나 분쟁은 아예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의미다.

일제침략사에 관한 한·중 간 공동연구는 역사적으로 공유하는 피해 경험도 많기 때문에 쉬운 지점부터 시작해 가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의 기대사항이다. “일본이 후세에 거짓 주장을 가르치려는 것은 역사왜곡의 악습과 제국주의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는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의 지적도 한·중 간 인식이 같은 지점이다. 정부의 이 같은 중장기 전략은 일본의 교과서 도발이 결국 일본 신세대에 대한 군국주의 고취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영토침탈의 야욕을 실행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은 데 대한 대비책이기도 하다.

김상협·오남석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