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한국과 일본의 콤플렉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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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불편한 관계는 19세기 탈아입구(脫亞入歐)의 성공으로 20세기 백 년 동안 선진제국주의를 구가해온 일본이 탈구입아(脫歐入亞)의 시대적 과제를 외면한 채 군국주의로 퇴행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일본이 미래 창조보다는 과거 성공의 기억에 취해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우경화 행보는 가까운 나라가 아니라 먼 나라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동아시아의 경제공동체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아시아에 위치한다. 이제 탈구입아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아시아로 돌아오는 데 실패한 첫째 이유는 과거사에 대한 독일식 전면적 반성의 부재에 있다. 일본은 아직도 피해국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문화의 무엇이 반성을 방해하는 것인가. 혹시 ‘신도-천황-국가’를 연결하는 다테(縱的)사회 탓은 아닐까.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얼마나 가까운가는 일본 왕실의 핏줄이 실은 가야·백제계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통일전쟁과 왕조의 교체가 있을 때마다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일본의 고도(古都)인 나라와 교토의 고대문화는 잃어버린 한국문화의 박물관이기도 하다.

일본의 지식계급들은 그들의 조상이 한국인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항상 대륙에서 쫓겨 간 심리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은 감정을 숨기고 있다. 이는 때때로 복수심의 형태로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것이 역사왜곡이고 정한론이다. 일본은 대한제국을 불법 병탄하고 대륙으로 진출해 만주국을 만들었지만 반도에서의 불안과 만주 일대에서 전개된 한국인의 독립전쟁과 저항에 곤욕을 치렀다. 영토를 다 빼앗기고도 항복을 모르고 저항하는 한국인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지구상에서 한국인만큼 일본을 무시하는 국민도 없다. ‘왜놈’ ‘쪽바리’라는 지칭 속에는 객관적인 설명이나 분석, 이유도 없다. 일본은 한때 식민지였던 나라의 국민을 ‘조센징’이라고 지칭하며 모멸감을 드러낸다. 두 나라의 대결양상은 현실적·경제적 합리성보다는 심리적·도착적 콤플렉스의 표출로 빠져들고 말았다. 한국의 근대사 콤플렉스와 일본의 고대사 콤플렉스는 오늘날도 한·일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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