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한일고대사 왜곡사례인 ‘임나일본부설’을 반박한 국내 서적을 들어보이며 대일 메시지를 전달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이완구 총리는 9일 일본 문화청이 최근 한반도 고대사의 일부인 삼국시대를 일본의 지배를 받은 임나(任那)시대로 둔갑시킨 데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총리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以掌蔽天)',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指鹿爲馬)'는 고사까지 동원해 일본을 질타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일본의 역사 왜곡은 (우리 민족의) 민족혼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역사왜곡은 절대 용납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문화청 홈페이지에서 삼국시대 한반도에서 반출돼 일본이 소장하고 있는 23개 유물 중에서 8개를 임나시대 유물이라고 왜곡해 표시했다.
해당 유물이 실재했던 삼국시대와 출토지인 경남 창녕 등은 의도적으로 삭제했다. 4세기 후반에 일본이 한반도 남부에 진출해 가야(임나)에 일본부라는 기관을 설치하고 6세기 까지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했다는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에 따른 역사왜곡을 행한 셈이다.
이 총리는 "안보·경제적으로는 일본과 협력해 미래지향적으로 가더라도 과거사는 투트랙(two track)으로 가야한다. 과거사 문제에서는 사실(Fact)에 기초해 우리 입장을 제대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자신이 충남지사 시절에 자매도시인 일본 구마모토·오사카·나라·시즈오카 등을 방문해 알게 된 사실 등을 근거로 임나일본부설을 일축했다. 특히 지사 시절 역사학자인 홍윤기 박사에게 요청해 집필한 백제 관련 역사서 3권('백제는 큰 나라' '일본 속의 백제, 구나라' '일본 속의 백제, 나라')을 간담회장에 집적 들고 나왔다.
이 총리는 "일본에서 만난 구마모토 도지사도 백제 패망 당시 수십만명의 백제 유민이 큐슈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제가 도지사를 지낸 충남 공주와 부여는 백제 왕조였다. 역사적 진실을 보면 일본의 뿌리는 백제"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일본 나라(奈良)현 도다이사(東大寺)에 있는 일본 왕실 유물 창고인 정창원(正倉院)이 왜 공개 안 되는지 지금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왕실의 뿌리가 백제라는 사실이 입증되는 것을 두려워해 일본이 정창원을 의도적으로 열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총리는 "역사적 진실은 덮을 수 없고 언젠가는 평가 받는다"며 "일본에 비해 부족한 역사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고대 한·일 관계 연구에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도록 교육부에 지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간담회를 앞두고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오전에 미리 만나 협의했다고 공개했다.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팩트에 기초한 것이라면 (총리가) 발언하는데 윤장관이 동의했다고 이 총리가 전했다. 이 총리는 그러나 자신의 공개 입장 표명에 대해 청와대와는 사전 조율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총리는 "도지사 시절 백제문화제 예산을 7억원(2006년)에서 200억원(2010년)으로 늘리고 백제역사재현단지와 숙박시설에 1조원 가량을 투입했다"면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되면서 홍윤기 박사가 그만두게 됐고 백제문화제 예산도 줄었다는데 도지사의 역사 의식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안희정 지사의 역사의식을 비판한 것이다.
앞서 이 총리는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이라 자유롭게 발언해 부럽다"면서 "저도 국회의원 신분이지만 총리라서 한 말씀 드리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원내대표 연설에서 여당이면서도 박근혜 정부를 이례적으로 비판한 유승민 원내대표를 간접적으로 지적한 발언이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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