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美 의회 연설 확정되자
“日ODA, 亞인프라 발전 지원”
경제지원국 이미지 변신 의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아시아의 번영과 발전이 마치 일본의 원조에서 창출된 것처럼 주장하는 ‘오만’을 드러내고 있다. 식민지 수탈과 위안부 강제동원, 과거사 왜곡도 모자라 일본이 아시아 경제 성장의 제공자라는 포장에 나서고 있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공적 원조(ODA)가 아시아 각국에 제공된 것은 사실이지만 배상금 성격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만큼 가해자인 일본이 스스로 기부자로 행세하는 처신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3일 주미 일본대사관이 홈페이지에 일본의 아시아 각국에 대한 원조를 강조한 2분짜리 홍보 동영상은 전범 국가라는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를 경제개발 지원국가로 은폐하려는 의도에서 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일본은 오는 4월 29일 진행될 예정인 아베 총리의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기회로 이 같은 주장을 국제사회에 대대적으로 홍보해 나갈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에서 일본은 포스코 제철소 전면 사진을 게재하고 “한국의 포항제철에서부터 중국의 베이징(北京)∼칭황다오(秦皇島) 철도 연장, 칭황다오 항만, 스리랑카 콜롬보 부두 등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ODA가 많은 아시아 나라의 인프라 시설 발전에 지원됐다”고 역설했다.

동영상은 일본 외무성이 지난 2월 5일자로 제작했다. 최근까지 주미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는 게재되지 않았지만 아베 총리 상·하원 합동연설이 성사된 이후인 23일에 올라왔다. 홈페이지 사진을 클릭하면 바로 유튜브의 동영상으로 연결된다. 혼다 등 일본 기업들은 이달부터 워싱턴 DC 의사당에 인접한 사우스캐피털역 등에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알리는 광고물을 집중 게시해 일본 이미지 홍보 강화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동영상에서 “일본은 아시아의 번영과 발전을 창출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아시아의 경제성장 및 번영의 출발점이 일본의 원조에서 비롯됐다고 규정한 셈이다.

이 같은 일본의 자화자찬성 주장은 아시아 각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흘린 노력과 땀을 한순간에 일본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오류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더구나 일본은 한국과 독도 영유권 갈등을 유발하고 있으며 아시아 각국에서 이뤄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등 과거사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아시아 각국에 대한 일본의 공적원조 제공을 인정한다고 해도 전쟁을 일으킨 국가가 스스로 평화와 번영의 창출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