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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범죄율 세계 2~3위

[프로파일러의 범죄이야기 2-1] 현재 행동은 과거 경험과 습관화된 어떤 것의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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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회의 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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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 말미에 언급한 사건이 바로 세간에는 ‘발바리’ 사건으로 알려진 연쇄강간사건이다. 이런 연쇄강간사건은 필자가 현직에 근무하고 있었던 2000년대 후반 서울에서만 5개 권역에서 4-5명 정도가 있을 것이라고 파악될 정도로, 사실 흔한(?) 사건이다.

흔하다는 표현은 우리나라의 범죄현실과 관련되는데 주지하듯이 한국은 성범죄 발생율이 전 세계적으로 2-3위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높고 그에 비해 실제 사건화되는 비율은 전체의 1/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깊이 관련된다.

물론 여기서 성범죄는 다양한 유형의 성추행, 성희롱 등을 포함하므로 단순히 성폭력 강간사건에 대입하는 것은 다소의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거의 일치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세계적으로 높은 성범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연쇄강간범죄가 흔하다는 것이 오히려 상식에 속할 것이지만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사건들을 접할 때 딴 나라의 얘기인양 매우 낯설어 한다. 바로 자기 집 근처에서 늘 벌어지는 일인데도 잘 느끼지 못한다. 심각한 현실과의 괴리인데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강간범죄

상습강도강간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방송화면 캡처

우리나라는 성범죄 측면으로만 봐도 매우 위험하고 불안한 사회인데도 한국만큼 치안이 안정된 곳은 없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경찰청에서 전국 경찰서에 성범죄전담반을 설치한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는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본다. 즉 이런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볼 때 필자는 참으로 어리둥절하다.

벌써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는 성범죄의 천국이 되어버렸는데 겨우 이제 와서 담당부서를 설치한다는데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현실에 대해 분노를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같은 뉴스 중반에 10일 전 실종되었던 경북 의성의 수도 검침원이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데 이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속절없이 죽어간 안타까운 죽음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앞에서 언급한 연쇄강간범 J는 태어날 때는 평범한 아이였으나 불우한 가정환경을 겪으면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이런 장애를 유발시킨 것은 분명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의 영향이 컸겠지만 이 아이의 이후 행동을 보게 되면 그보다는 오히려 어머니의 영향이 더 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는, 거부할 수 없는 절대자에게 복종하면서, 동시에 그 상황을 유발시킨 원인을 어머니에게 돌리는 아버지의 논리에 일정정도 세뇌당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미국 연쇄(살인, 강간)범죄자들의 어린 시절을 가족사에 의거해서 분석한 문헌에 따르면, 그들도 역시 불우한 가족사가 있었고 특히 주정뱅이 폭력행사자인 아버지와 그런 폭력의 피해자인 어머니라는 공통의 가족형태가 있었는데 그 자체로 보자면 그들은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아버지에게 복수를 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오히려 피해자와 유사한 여성들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절대자와 그에게 피해를 당하는 보잘 것 없는 자신을 보면서, 그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어머니 혹은 젊은 여성을 공격하면서 스스로 폭력적인 아버지와 동일시 되어가지만 어쨌든 보잘 것 없는 자아에서 벗어나는 메커니즘인 것이다.

더욱이 그들의 어머니가 가정주부인 경우보다, 가정을 벗어나는 직업을 가진 경우에는 더욱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외부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이 일상인 ‘일하는 젊은 여성’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더 나아가 ‘바깥에 나간 더러운 여성’의 대명사인 사창가의 여성들에게 매우 잔혹하게 범죄를 자행하게 되는 것이다.

J의 경우는 본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따라 전형적으로 여성을 공격하는 경우로서 여성에게 성적인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학대와 불우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어머니의 모습이 투영된 특정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해소하려는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족의 가족사를 다시 재구성할 때 확실히 해두어야 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J의 어머니가 춤바람 났다.’는 것은 J 혹은 아버지의 기억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또 그 원인이 전적으로 어머니에게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 특히 가족(부부) 사이의 관계는 상호작용이지 어느 일방의 결과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부재 정도인 것이다.

물론 학대받은 모든 아이들이 성장해서 모두 연쇄범죄자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 Family life-history 재구성이 필요한 것이다. 해당 범죄자가 어떤 이유로 동기화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계기에 따라 활성화되었는지 등과 같은 것을 찾는 방법이 Family life-history 재구성이다.

전자의 개연성을 찾는 것은 후자에 비해 비교적 쉽지만 후자 즉 어떤 계기가 내부의 동기를 활성화시켰는지를 찾는 것은 상당히 고도의 분석능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누가 들어도 J의 인생사를 들어보면 그런 범행을 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그런 인생을 산 모두가 그런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J의 Family life 중에서 계기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도 포함)의 인생에는 스토리가 있다. 그리고 그 스토리는 몇 개의 핵심 명제로 구성된다. 언어적인 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약간 특별한 방법을 동원하지만 비교적 언어적 능력에 문제가 없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토리 상에서 몇 개의 핵심명제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핵심명제는 문화적 사회적 심리적 역사적으로 일정한 틀을 공유하는데 그 틀을 중심으로 이들의 스토리는 지속적으로 재구성된다. 이 과정 속에서 이 사람의 삶의 맥락이 형성되는데 이 지점이 계기를 포착하는 지점이다.

외부의 사물(물질), 환경과 접촉하면서 맥락은 재구성, 재해석되고 그 과정에서 계기는 포착된다. 이러한 포착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이 사람의 상황에 맞는 행동을 선택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보통 수사면담에 들어가면 전체 시간이 4시간에서 길면 8시간이 넘어가는데 사람에 따라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 이 과정 속에서 대상자를 스토리와 명제, 맥락, 계기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가장 잘 이해되는 사례가 점쟁이이다. 보통 점집에 가면 노련한 점쟁이들은 짧은 시간에 점 보러 온 사람들의 스토리를 파악한다. 얼굴을 본 순간 이미 점쟁이는 대상자를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표정과 행동, 말 속에 이미 정보가 다량으로 들어있는 것이다. 물론 신 내림을 받은 점쟁이가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노련한 점쟁이는 뛰어난 행동분석가이며 프로파일러이다.

프로파일러가 과거의 기억에 집중하는 이유는 인간의 현재 행동은 그가 과거에 경험했고 습관화된 어떤 것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부언하자면 인간은 매순간 과거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즉 인간은 습관과 기억의 동물이다. 프로파일러는 한 인간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습관과 기억을 재구성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다.

(조금 낯설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행동과학은 이런 것도 가능하다.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눈을 이식수술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인공적으로 망막과 시신경을 가진 눈을 만드는 기술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의 문제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바로 행동과학과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사람이 항상 이동, 생활하는 환경을 데이터로 축적해서 인간의 뇌 속에 일종의 신호로서 심어놓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통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굳이 눈으로 보고 그 환경을 판단한 후 행동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그냥 데이터 대로 행동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뇌가 그것을 해석해서 판단한다는 것을 각 요소로 조각내보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이다. 박쥐는 눈이 있지만 퇴화되었고 대신 초음파로 그 역할을 하는데 사는데 아무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개념의 문제인 것이다. 실제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는 초음파 발생기가 달린 안경과 초소형 컴퓨터, 그리고 그 속에 축적된 행동 데이터를 이용해서 시각장애인들과 해당기술을 개량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사는 사회는 매우 다양한 외부환경(조건)을 가진다. 그런 과정 속에서 그에 적응하는 인간의 반응속도도 빨라지고 과거의 습관과 기억을 벗어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행동과학자들도 이런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행동과학자들은 좀 더 신중하고 좀 더 많은 요인들을 찾아내려고 한다.

범죄행동을 연구하는 범죄행동과학자인 프로파일러의 경우 가장 중요한 명제로, 범죄도 인간 삶의 한 양식이라고 본다. 특별한 누가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보통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 요인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요인 중에서 어떤 것이 특히 심리적 문화적으로 뚜렷한 행동의 결과를 야기하는지 찾으려는 것이다.

범죄를 일으키는 몇 가지의 요인 중에서 그로 인해 그 결과가 뚜렷하게 반복되는 경우를 연쇄범죄라고 정의하는 데 이러한 SERIAL 은 그 개인이 본인의 스토리 중에서 형성된 핵심명제가 사회적인 방향으로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그러한 맥락이 반복되는 경우라고 생각된다.

(물론 연쇄범죄자 중에서 약 20% 정도는 생물(유전)학적인 요인에 의한다는 보고가 있는데 즉 특정한 폭력지향적인 유전자 혹은 물질의 작용에 의해 특정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과도한 폭력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세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고 있고 그럴 개연성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나머지 80% 정도의 범주에 대해서만 얘기하도록 한다.)

연쇄범죄는 해결되지 못한 명제가 반복되는 것이므로 그 이유가 행동의 결과물로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범죄 현장이나 시체, 도구, 환경 등을 분석하면 해당 범인의 문화적 심리적 사회적 행동특징을 어느 정도는 추정할 수 있다. 그것이 프로파일링이다. 그러한 행동특징 속에 해당 범인의 과거의 기억과 습관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배상훈

2000년대 중후반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프로파일러)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프로파일링 부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진보정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를 거쳐 프로파일러의 삶을 살아온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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