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미국 대사 피습] 전문가들 "한미관계 파장 제한적"

  • 김종일 기자

  • 류호 기자

  • 입력 : 2015.03.05 13:59 | 수정 : 2015.03.05 15:00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높아질 가능성"
    "美, 동북아 기조 변화 없을 것…방법론은 수정할 듯"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5일 테러를 당해 다치면서 한미관계 및 대북관계 등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당장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특명전권대사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테러를 당했다는 점에서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이 꼽는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한국에서 주한 미국대사가 이 정도로 심각한 공격을 당한 적은 처음이라 미국 내에서 혐한(嫌韓) 감정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 테러가 '이슬람국가'(IS)처럼 특정집단의 조직적 테러가 아니고 개인의 돌발행동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양국 모두 외교 문제로 비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미관계나 미국의 대외정책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명백한 테러…'미국 정부 대표인사 신변보호 소홀' 비난 예상"

    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사태를 명백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폭력적인 테러행위가 발생했다"며 "아무리 이유가 정당하고 설득력 있다 하더라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테러"라고 규정했다.

    양 교수는 "최근 한미합동 군사훈련과 '과거사 문제는 덮고 가자'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이 테러의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무리 그 동기가 좋아도 국민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행동은 자신만의 애국주의로 남북관계, 한미관계, 동북아 평화 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리퍼트 대사의 부상 정도와 관계 없이 이번 사건은 분명히 테러"라면서 "주한 미국대사는 미국을 대표하는 공식적인 인사인데, 우리 정부가 신변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미 외교 관계에도 파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한미관계 흔들리지 않을 것…韓 부정적 인식은 확산 가능성"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한미관계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정대진 연세대 북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금까지 가해자의 행적들을 돌이켜 볼 때 이번 사태는 대공 용의점이 없는 개인의 폭력행위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며 "전반적으로 한미관계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는 한미 정부 사이에 있었던 일이 아니다"라면서 "한미관계에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번 테러가 우리 사회의 큰 흐름을 반영하는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도 "이번 사태와 전반적인 한미관계는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며 "양국의 정책적 입장 차이로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폭력행위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피습을 당한 리퍼트 대사는 미 관가(官家)의 대표적인 친한(親韓)파인데, 미국 입장에서 보면 친한파 인사에게 테러를 감행한 것에 분노할 수 있다"며 "한미관계가 단기적으로 냉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인들에게는 분명히 미 정부를 상대로 테러를 저지른 셈이기 때문에 이는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다"며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인식이 부정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美, 기조 변화 없을 것…방법론은 수정할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지만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대하는 태도에는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미국 정부가 이번 사태로 한미관계나 한반도 정책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이번 사태가 한·미·일 삼각구도 동맹에서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정책기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다만 셔먼 차관의 과거사 발언처럼 노골적으로 일본 편을 드는 식의 발언은 앞으로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미국 정부와 국민들은 한미관계가 무조건 좋다는 인식이 강했을 텐데 이번 테러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반미주의와 같은 흐름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가 좀 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한미관계가 오히려 좋아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통일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 사태는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미국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 한미동맹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논의를 진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미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배정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이 기존의 흐름대로 유지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며 "오히려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폐지에 대해 더 강하게 압박하면서 북미관계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중관계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북미관계가 더 악화되면 북한은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더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나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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