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피습’ 사건 日서도 있었다

1964년 도쿄 한복판서 테러…日, 치안수장 즉각 경질 조치
양국 의연한 대처… 위기 넘겨

한·미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수습하며 1964년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주일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는 의견이 많다. 당시 피해자인 에드윈 라이샤워(사진) 대사(1910∼1990)의 의연한 대처와 파문 확산 차단을 위한 일본 정부의 즉각적인 조치로 미·일은 고비를 넘기고 오늘의 동맹 관계로 발전했다.

1964년 라이샤워 대사 피습 사건은 이번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의 닮은꼴이다. 1964년 3월24일 도쿄에 체류 중이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만나기 위해 주일 미국대사관 현관을 나서던 라이샤워 대사를 19세의 우익 청년이 단도로 찌른 것이다. 무릎을 찔린 라이샤워 대사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다량 출혈로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범인이 주일 미국 대사관 방화를 기도했던 전력이 있다는 점도 이번 사건과 유사하다. 1964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협상을 둘러싸고 양국이 정치적 홍역을 치르던 민감한 시기다. 미국이 한·일 국교 정상화를 측면 지원하고 있어 양국 일각에서 모두 미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샤워 대사의 대범한 태도가 미·일 관계 악화를 차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4시간의 수술을 위해 수혈을 받자 “이로써 내 몸 안에도 일본인의 피가 흐르게 됐다”라는 감동적 성명을 발표해 미·일 양국민의 마음을 흔들었다. 3개월 후 퇴원을 하면서 사임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지금 퇴임하면 일본인들이 사건의 책임을 느끼게 된다”고 오히려 일본인들을 배려하며 1966년 8월까지 대사로 봉직했다.

일본 정부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 사건 발생 직후 이케다 하야토(池田 勇人) 총리가 린든 존슨 미 대통령에게 “일본 국민 전체가 이런 폭력 행위에 격분하고 있다”는 위로 전문을 보냈다. 존슨 대통령은 이에 그 다음 날 “주일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이 미·일 간 깊은 우의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모든 미국인이 이해하고 있다”는 답신을 보냈다. 이케다 총리는 또 미국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사건 발생 이틀 후인 26일 치안수장(국가공안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특히 당시 일본은 범인이 정신병력이 있고, 배후가 없다는 점을 들어 개인의 돌출적 행위임을 부각했다. 이는 1969년 8월 아민 마이어 주일 미국 대사 피습 사건에서도 유사했다. 당시에도 일본 정부는 범인이 노이로제 성향의 무정부주의자로 배후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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